금속노조의 엉뚱한 기금 조성 요구, 한국노총의 일자리위원회 질타, 민주노총의 사회적 총파업 예고 등 강성노조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친(親)노동 색채가 짙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들의 요구사항은 더욱 늘어나고 한층 과감해지는 모습이다.
금속노조는 20일 현대·기아자동차에 노조와 사측이 절반씩 부담해 일자리연대기금 5,000억원을 조성하자고 제안했다. 곱씹어 볼 대목은 노조가 내놓겠다는 돈이 그들의 주머니에서 당장 나오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노조가 사측과 벌이고 있는 통상임금 소송에서 이길 경우를 가정해 사측이 근로자에게 줄 돈을 내겠다는 것이다. 보건의료노조의 논리도 크게 다르지 않다. 보건의료노조는 정규직 임금을 더 이상 올리지 말고 상승분 500억원을 모아 비정규직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같은 날 일자리위원회와의 정책간담회에서 “노동계는 문재인 후보의 대통령 당선에 일익을 담당했는데 정부는 노동계를 배제하거나 구색 맞추기에 필요한 장식물 정도로 여기는 것이 아니냐”며 날을 세웠다. 수감 중인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옥중편지에서 “물러설 수 없는 전쟁이 시작됐다”며 “기득권 집단이 코너에 몰려 있는 지금이야말로 칭기즈칸의 속도전으로 개혁을 밀어붙일 적기”라고 노동계의 총파업을 독려했다.
문제는 이들 노조가 과연 개혁을 외칠 자격이 있느냐는 것이다. 강성노조는 이미 기득권을 지닌 집단이며 그들 스스로가 개혁 대상이라는 지적이다.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일부 대기업 노조원의 평균 연봉은 1억원에 이른다. 그런데도 올해 3,000만원 수준의 연봉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과세표준 미달로 근로소득세를 내지 않는 총급여 1,500만원 이하 근로소득자가 2014년 기준으로 528만명에 이른다는 점을 볼 때 배부른 억지로 비친다.
현대중공업 등 일부 대기업 노조 집행부는 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니며 일자리를 자녀에게 세습하는 문제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통합노조를 운영해오던 기아차는 5월 노조에서 비정규직을 배제하기까지 했다.
이 같은 일련의 상황에서 노동계 스스로 다 같이 잘 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우리나라 노동생산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22위에 불과하다. 단 한 번도 20위권에 진입한 적이 없다. 노사분규 건수와 근로손실일수는 해마다 느는 추세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 정부는 그래도 현대차 등 대기업 강성노조에 비판에 목소리를 냈다”며 “하지만 현 정부에서는 노동계의 무리한 요구에 비판은커녕 오히려 박수를 보내고 있다”고 자조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강성노조는 근로자를 대기업 정규직·비정규직, 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 영세 자영업자와 실업자 등 5단계로 나누면 가장 정점에 있는 기득권”이라며 “강성노조의 양보 없이는 고용 문제가 해결될 수 없는 만큼 그들도 이제 포용력을 갖고 대타협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