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의 주식 불공정 거래 의혹과 관련해 모바일 게임 ‘리니지M’의 아이템 거래소 기능 누락에 대한 ‘늑장 공시’가 이뤄졌는지 여부가 금융위원회 조사의 1차 확인 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사 결과에 따라 지난해 늑장 공시와 공매도 논란을 동시에 일으켰던 한미약품처럼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회사 측은 “시장을 속이는 행위는 절대 하지 않았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22일 게임업계와 관련 당국에 따르면 리니지M에 아이템 거래소 기능이 빠진다는 결정을 엔씨소프트 측이 언제 내렸는지, 또 이 사실에 대한 공개 시점을 일부러 늦추지는 않았는지 여부가 주요 조사 대상일 것으로 보인다. 즉 아이템 거래소 기능 누락이 언제까지 미공개 정보였으며 이것이 지난 20일 발생한 엔씨소프트의 주가 급락과 사상 최대 규모(19만6,256주·거래대금 762억4,961만원)의 공매도와는 어떤 관련이 있는지 따지는 것이다. 한미약품이 지난해 8,500억원 규모 기술수출 계약 취소 사실을 일부러 이틀 늦게 공시해 대규모 공매도의 빌미를 제공한 것처럼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엔씨소프트 관련자의 불공정 의혹 주식 거래가 더 있는지도 조사 대상이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정보 형성과 공개 시점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 규정에 따르면 ‘거래소 아이템 기능 탑재 여부’는 공시 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공시 대상이 아니어도 주가나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보를 이용하면 미공개 정보 이용행위로 간주된다. 이에 대해 엔씨소프트는 “절대 늑장 공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아이템 거래소 탑재 여부에 대한 결정은 엔씨소프트가 자체적으로 내리는 것이 아니라 심의당국인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의견에 따른다는 설명이다. 황순현 엔씨소프트 전무는 “거래소 기능을 넣으면 청소년 이용 불가 등급으로 게임을 출시해야 한다는 최종 통보를 게관위로부터 20일 오전9시30분에 받았고 이를 같은 날 오후3시28분 리니지M의 홈페이지에 공개했다”고 말했다. 실제 20일 주가가 급락한 시점도 이날 오전 거래소가 누락됐다는 일부 매체의 보도가 나온 후인 오후 2시 이후다.
이달 13·15일 주식 8,000주를 전량 매각해 논란을 빚은 배재현 최고개발책임자(CCO·부사장)에 대해 엔씨소프트 측은 “스톡옵션 행사에 필요한 자금 마련용”이라며 “1만주의 신규주식을 취득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석연치 않다는 입장이다. 2014년 배 부사장의 연봉은 8억700만원으로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6억400만원)보다 많이 받았다. 지난해에는 12억9,600억원과 스톡옵션 5만주를 받았다. 1997년 엔씨소프트에 입사한 배 부사장은 초기작인 리니지 개발에 참여했으며 이후 리니지2 개발 총괄 프로듀서를 맡을 정도로 핵심 개발자다. 리니지 이후 야심작인 ‘블레이드&소울’의 개발을 총괄하기도 했다.
/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