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나서 가격 가이드라인을 정했으니 기업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당장 수조원의 손해가 불가피한 통신업계가 발끈하고 있다. 행정소송도 불사한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이통사의 피해가 현실화될 경우 주가·배당 등에서 손실을 본 주주들이 소송에 나설 수도 있다. 특히 이통사 지분의 절반을 보유한 외국인 주주들이 투자자국가소송제(ISD)를 들고 나오면 국제소송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 시장원리나 주주에 대한 절차적 권리 보장이 미흡하다며 소송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벌써 증권가에는 통신비 강제인하가 법적으로 문제 되는지 알아보는 외국인투자가의 문의가 많다고 한다.
실제 이번 대책 가운데 일부는 법적 다툼 소지가 다분하다. 약정할인율 25% 인상이 대표적이다. 보조금을 받는 가입자에 비해 약정할인 고객의 혜택이 커져 이용자 차별금지라는 단통법 취지에 어긋난다. 관련 고시도 정부의 가격통제를 허용함으로써 헌법상 재산권 보장과 기업의 경제상 자유존중에 위반된다는 해석도 나온다. ‘초법적’이라는 말이 들리는 이유다. 보편적 요금제도 정부가 요금결정권을 갖게 된다는 점에서 민간업체의 경영자율을 현저히 침해한다.
이처럼 심각한 문제점이 제기되는데도 새 정부는 가격 개입을 계속하고 있다. 통신비도 모자라 신용카드 수수료, 실손 보험료를 내리라고 다그치는 판이다. 이럴수록 시장은 왜곡되고 기업 의욕만 꺾을 뿐이다. 정부가 알아서 다 하는데 어느 기업이 미래를 위해 투자하고 경쟁하려 하겠는가. 빨리 시장개입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