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우선 대표적인 외식 메뉴 평양냉면에 대한 날 선 비평을 시작한다. ‘냉면의 계절’ 여름만 되면 오히려 냉면이 여론의 질타를 받는 것에 대해서 저자는 이것이 틀렸다고 주장한다. 냉면을 서민의 음식이라는 기준에 놓고 비싸다고 비판을 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얘기인데, 서민의 기준이 애매할뿐더러 냉면은 서민음식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냉면은 서민 음식이라는 정서적 접근이 옳지 않다고 주장한다. 냉면이 집에서 해먹을 수 없는 외식 음식인 것은 그 조리법이 까다롭기 때문이며, 소고기 등으로 육수를 우려내는데 그 식재료 가격이 상승한 점을 감안하면 냉면값에 대한 질타는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평양냉면의 면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식재료에 함유된 성분 등을 기술한 부분은 평양냉면 만들기의 수고스러움에 대해 독자의 동의를 얻어낼 만큼 자세하고 과학적이다.
또 책은 ‘맛’과 ‘조리’라는 두 축을 세워 한식문화의 본격적인 검증에 나선다. 짠맛·단맛·신맛·쓴맛·감칠맛 등 5가지 기본 맛의 쓰임새와 특성을 꼼꼼하게 살폈다. 특히 저자는 각종 질병의 원인으로 지목된 나트륨 때문에 맛의 중심을 잡는 소금이 설 자리를 잃고, 설탕을 줄이겠다며 대체 감미료를 남발하는 현실을 짚으면서 소금과 설탕을 적절히 쓰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또 밥과 반찬·김치·국물·볶음·직화구이 등 다양한 우리 음식을 촘촘하게 훑으면서 한식 생활의 전반적 개선점도 제시했다. 특히 ‘전통’, ‘손맛’, ‘엄마의 맛’ 등의 구호로 포장된 한식 문화가 현대 식생활에서는 비효율적이라는 것을 지적한 부분이 눈길을 끈다. 책의 끝 부분에는 한식 발전을 위한 제언으로 ‘전통과 습관을 분리할 것’, ‘과학과 논리를 바탕으로 삼는 요리 이론을 통해 한식의 문법 제고’ 등 20가지를 꼽았다. 1만8,000원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