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과도시-마로니에공원] 경계 없애고 시설·조경 최소화...도심 속 다양한 활동의 공간

마로니에공원의 전경. 도심 속 공원으로서 사람들의 다양한 행위가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룰 수 있게 설계됐다. /송은석기자
번화한 도심인 서울 대학로의 대표적인 명소로 알려져 있는 ‘마로니에공원’은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잘 들어맞는 공간이다. 매일 많은 사람이 마로니에공원을 찾지만 이곳의 역사, 건축적 의미는 관심을 갖지 않으면 발견하기 어렵다.

그 이유에 대해 마로니에공원을 고(故) 이종호 건축가와 함께 설계한 우의정 ㈜건축사사무소 메타 대표는 “건축가의 의도에 따라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간이 아닌 사람들의 이용에 적합한 공간으로 만들려고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마로니에공원의 모습을 바라보면 그 의미를 깨달을 수 있다. 공원을 지나가든 어떤 활동을 하든 누구나 자연스럽게 공원 전경의 일부가 된다. 넓은 잔디밭과 울창한 나무로 이뤄진 자연환경 속에서 휴식을 취하는 공원과는 다르게 도심 속 일상이 이어지는 공간인 것이다.

■역사적 의미 간직

성균관·서울대로 대학가 전통 이어져

김수근 공공공원 설계...제자가 재정비

마로니에공원이 있는 대학로 일대는 조선시대에 양반들의 주거지로 ‘북촌(가회동 일대)’ ‘서촌(청운동 일대)’ ‘남촌(회현동 일대)’과 함께 ‘동촌’으로 불렸고 당시 최고 교육기관인 성균관에 이어 서울대(옛 경성제국대학)가 들어서며 대학가의 전통이 이어진 곳이다. 공원 한쪽에는 이곳에 1946년부터 1975년까지 서울대 동숭동 캠퍼스가 있었음을 알려주는 기념비가 남아 있다.

서울대 동숭동 캠퍼스가 현재의 위치인 관악구 신림동으로 이전한 후 주택가의 작은 근린공원이었던 이곳은 국내 건축계의 거장인 고(故) 김수근 건축가가 공공공원으로 설계해 1982년 개장했다. 이후 종로구청이 2010년부터 2013년까지 4년에 걸친 재정비 작업을 진행해 현재의 모습을 갖게 됐다.

마로니에공원 재정비 작업을 통해 공원과 아르코예술극장(우측) 사이의 경계를 없애 마로니에공원의 영역이 아르코예술극장 건물 앞까지 확장될 수 있게 했다. /송은석기자
■주변과 경계를 허물다

담장 없애 각 건물 앞마당이 공원으로


불필요한 시설도 제거 공간 최대한 확보

재정비 작업에 참여한 우 대표와 이종호 건축가는 인식 영역의 최대화, 시설의 최소화, 조경의 최적화라는 세 가지 원칙을 적용했다. 인식 영역의 최대화를 위해 공원의 3면을 둘러싸고 있는 건물들인 예술가의집·아르코미술관·아르코예술극장과의 조화를 추구했다. 1930년대에 경성제국대학 본관으로 지어진 예술가의집, 1979년과 1981년 각각 준공된 아르코미술관과 아르코예술극장이 현대의 마로니에공원과 자연스럽게 하나의 공간으로 어울리게 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공원 경계에 있던 도로와 담장을 없애고 각 건물 앞마당이 공원의 일부로 인식될 수 있게 했다.

시설의 최소화는 도심 속 휴식공간으로 처음 조성된 후 약 30년의 시간이 지나며 상실된 본연의 기능을 회복하는 작업이었다. 우 대표는 재정비 작업 전 공원의 모습에 대해 “여러 욕망의 요소들이 합쳐져 매점·야외공연장·농구대·벤치 등 공원의 본래 모습과 어울리지 않는 ‘욕망의 찌꺼기들’이 쌓이면서 김수근 건축가의 의도대로 작동하지 않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반드시 필요한 시설들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공원에서 없앴다. 같은 맥락에서 도심 속 공원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잔디밭·나무 등의 조경은 최소화했다. 녹지 대신 사람들의 다양한 활동이 이뤄질 수 있는 공간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려 했다는 게 우 대표의 설명이다.

다만 설계자들의 이러한 구상이 전적으로 구현되지는 않았다. 인식 영역의 확대를 위해 도로변에 위치한 투명유리 외벽 건물인 ‘좋은 공연 안내센터’ 1층 내부를 비워 도로 건너편 서울대병원에서도 마로니에공원이 보일 수 있게 하려고 했으나 현재 1층에는 공중화장실이 들어서 있다. 원래 공중화장실을 지하에 마련하려고 했지만 범죄 발생 가능성을 우려한 반대 때문에 위치가 1층으로 결정됐다고 한다. 주변 도로를 지나는 차량 속도를 늦추기 위해 바닥에 울퉁불퉁한 재질의 사고석을 사용하려고 했던 것도 실현되지 않았다.

마로니에공원에는 특정한 방향성이 없는 공간을 구현하기 위해 평면을 여러 가지 다각형으로 분할하는 ‘보로노이 다이어그램’이 적용됐다. /송은석기자
마로니에공원 한쪽에 공연·대담 등의 행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마련된 공간. 공연이 열리지 않는 평소에는 누구나 이용 가능하도록 무대 공간을 최소화한 것이 특징이다. /송은석기자
■방향성 없는 공간 구현

다각형으로 평면 분할·열린 무대도 설치

공원가치 많은 사람 누릴 수 있게 만들어

설계자들이 생각한 인식 영역 확대의 목적은 마로니에공원이 지니는 가치를 보다 더 많은 사람이 누리는 것이다. 이에 한강의 가치를 지나가는 사람들이 누릴 수 있듯이 더 먼 곳에서, 더 느린 속도로 여유 있게 공원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게 하려고 했다.

같은 이유로 공원 내부공간에는 평면을 여러 다각형으로 분할하는 ‘보로노이 다이어그램’이 적용됐다. 공원의 바닥을 포함한 곳곳에서 다양한 다각형을 발견할 수 있다. 우 대표는 “건축의 기본은 직선 위주의 유클리드 기하학이지만 공원에서는 사람들의 자유로운 행위가 펼쳐질 수 있도록 유클리드 기하학에서 해방된, 방향성이 없는 공간을 구현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공원 한쪽의 작은 무대와 객석들이 갖춰진 곳은 공연이 가능한 최소한의 장치를 갖춰 사람들이 모일 수 있고 공연이 열리지 않는 평소에는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마련됐다. 문화예술시설들이 밀집한 대학로 일대의 특징이 반영된 공간이다. /박경훈기자 soco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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