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월별 신용카드 결제액은 38조3,935억원으로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9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월별 신용카드 평균 결제액도 2014년 30조원대에서 2015년 32조원까지 올라왔다. 지난해는 35조원, 올해는 37조원에 육박했다.
신용카드 결제액은 사용할 수 있는 곳과 명목 국민총소득(GNI)이 매년 늘면서 자연스럽게 증가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증가세는 눈에 띄게 가파르다. 2014년 1인당 국민총소득(명목·달러기준)이 7% 증가할 때 신용카드 결제액은 평균 1.9%에 늘어나는 데 그쳤다. 그러나 2015년 1인당 국민총소득이 뒷걸음질쳤을 때(-2.6%) 신용카드 결제액은 5.1% 뛰었다. 1인당 국민총소득이 낮았던 지난해(1.4%)도 신용카드 평균 결제액(8.7%)이 훨씬 많이 늘었다. 국민소득 증가율이 낮아지는 반면 신용카드 결제액은 오히려 뛰는 모습이다. 올해 월 평균 신용카드 결제액이 12.1%씩 증가하고 있다.
카드 결제액이 증가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덜 입고 덜 꾸미는 대신 여행과 쇼핑 등을 위해 카드 사용을 늘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해 신용카드로 화장품을 산 금액은 월 평균 2,750억원(-2.9%)이었지만 올해는 2,649억원(-1.5%)으로 줄었다. 의류도 지난해 월 평균 7,015억원(-2%)에서 올해 6,401억원(-1.2%)으로 매월 결제액이 감소했다. 반면 항공은 지난해 월 3,259억원(16.8%)에서 올해 4,172억원(32.5%)으로 결제액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이에 맞춰 여행·렌터카와 면세점 결제액도 매월 평균 10~20%씩 증가하는 추세다. 또 가격이 싸고 편리한 홈쇼핑·인터넷쇼핑 결제액도 올해부터 30% 이상 늘어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신용카드 결제액이 늘어나면서 가계부채로 잡히는 판매신용도 1·4분기 기준 73조원을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 판매신용은 신용카드를 사용한 뒤 납부가 안 된 결제액을 말한다. 일시불은 보통 한 달 안에 카드대금을 내기 때문에 판매신용에 남는 기간이 짧다. 하지만 할부를 늘리거나 카드값을 막지 못해 이월약정(리볼빙)을 이용하면 아직 갚지 않은 판매신용으로 잡힌다. 한은 관계자는 “여행과 인터넷쇼핑 수요가 늘면서 카드결제액은 증가하고 있다”며 “다만 판매신용이 늘어난 원인은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