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라마이다스그룹(SM)그룹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이름값을 제대로 하고 있다. 우주 속에 존재하는 온갖 사물과 현상을 가리키는 불교 경전 법구경의 삼라만상(森羅萬象)에서 회사명을 따오며 국내 M&A시장에 업종에 제한을 두지 않고 뛰어들고 있다.
SM그룹은 최근 경남기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다음달 본계약을 체결하면 경남기업은 SM그룹의 20번째 M&A기업이 된다. SM그룹은 자산총액 4,200억원 수준의 경남기업 인수를 마치면 지난 2004년 진덕산업(현 우방산업) 인수를 시작으로 1년에 1개 이상의 기업을 인수하며 자산총액 약 5조원, 재계서열 40위권의 중견그룹으로 진입한다.
‘재계의 기린아’ ‘제2의 강덕수’로 불리며 주목을 받고 있는 우오현(사진) SM그룹 회장은 ‘기업이 곧 우주’라는 독특한 경영철학을 가지고 있다. 우 회장은 자신의 경영철학이 재계는 물론 투자은행(IB) 업계의 예상을 깬 M&A를 잇따라 성공시킨 비결이라고도 말한다. 우 회장은 항상 “기업은 하나의 우주 삼라만상과 같다”며 “그만큼 사업 분야가 넓어야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기업 경영이 가능하다”고 강조해왔다. 공격적인 M&A는 건설사뿐만 아니라 건전지, 알루미늄 업체, 화학섬유 업체 등 그 범위에 한계를 두지 않고 이뤄졌다.
우 회장의 스토리는 김홍국 하림 회장과의 인연에서부터 시작한다. 1971년 전남 광주에서 양계장을 시작했던 우 회장은 네 살 밑의 김 회장과 1970년대 후반까지 공동으로 양계장을 운영해 큰 수익을 남겼다. 이후 우 회장이 건설업에 뛰어들며 두 사람의 인연은 끊어졌지만 40년 뒤 두 사람은 재벌그룹 회장이 됐다. 우 회장이 건설업에 뛰어든 것은 단층집 공사를 지역 건설업체에 맡겼다가 사기를 당하며 시작됐다. 직접 집을 완성해 되팔아 큰 이익을 본 우 회장은 1988년 삼라건설을 세워 본격적으로 건설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광주 일대의 아파트마다 분양만 하면 다 팔렸고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기도 했다. 아파트 브랜드를 삼라마이다스로 붙이고 SM그룹이 탄생한 배경이기도 하다. 유력 건설사들이 좌지우지하던 주택건설시장에서 1990년대 초반까지 삼라는 지역건설사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우 회장은 당시를 내실을 다진 시기로 평가한다. 무리하게 차입금을 빌려 택지를 사들이는 건설사들과 달리 삼라는 아파트를 지으면서 자사보유분을 일정 비율로 유지했다.
건설업의 위기는 생각보다 빨리 왔고 삼라에는 기회였다. 굵직한 건설사들이 줄도산하던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삼라건설은 수도권에서 입지를 다지며 M&A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우 회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IMF 외환위기 시기를 넘기며 회사를 새로 만들어 키우는 것보다 좋은 매물을 가려내 그룹 계열사로 편입시키며 더 많은 사업 기회를 만들어나가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을 했다”고 밝혀왔다. 그간 쌓아둔 분양대금은 M&A 총알이 됐다. 첫 사냥감은 진덕산업(현 우방산업)이었다. 아파트 분양에 강한 삼라와 달리 진덕산업은 병원과 도로공사 등 대형 건축물과 기반시설 중심이었다. 부문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며 2004년 첫 인수에 성공했다. 이후 2005년 건전지 제조회사 벡셀, 화학회사 조양, 2006년 의류원단업체 경남모직을 인수했고 2007년 남선알미늄·스판텍스를 차례로 품었다. 2008년 화학섬유 업체 티케이케미칼, 2010년 우방건설 인수 이후 SM그룹은 급성장하게 된다. 이 무렵 매출 1조원을 돌파해 매출 1조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SM그룹의 M&A 전략은 워크아웃 또는 법정관리 절차를 밟고 있는 기업을 인수해 경영정상화를 시키고 동종업체 규모가 큰 업체를 또다시 인수하는 방식으로 굳어졌다. 일종의 ‘스노볼링M&A 성장전략’이다. 작은 눈덩이를 굴려 커지게 하는 것과 같다. 2011년에는 신창건설(현 우방건설산업)을 인수했다. 덩치가 커지며 2013년 해운업계 4위 기업 대한해운(005880)을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엔 성우종합건설과 ‘리비아 대수로 공사’로 유명한 동아건설산업까지 사들였다. 삼선로직스와 한진해운 미주노선(현 SM해운)까지 인수해 하루아침에 세계 선복량 순위 20위권에 들었다. ‘삼라만상’을 경영하겠다는 우 회장의 M&A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