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사진) 공정거래위원장이 23일 서울시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삼성전자·현대자동차·LG·SK텔레콤 등 국내 4대 그룹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 “대기업 집단이 사회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이 없지 않았다”며 “기업인들 스스로 선제적인 변화의 노력을 기울이고 모범적인 사례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이번 간담회는 지난 19일 김 위원장이 기자간담회에서 4대 그룹을 만나는 것으로 재벌개혁을 시작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면서 성사됐다. 간담회에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진행 현대차 전략기획담당 사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하현회 (주)LG 사장 그리고 이동근 대한상의 부회장이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한국경제 전체 차원에서나 또는 개별 그룹 차원에서나 경제 환경이 급변하면서 대기업집단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도 크게 달라졌다”며 “그렇다면 각 그룹의 경영전략, 의사결정구조도 진화해야 하지 않을까”라며 운을 뗐다. 특히 “소수 상위 그룹들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는데 다수 국민의 삶은 오히려 팍팍해진 것은 큰 문제”라며 대기업들의 인식 변화를 요구했다.
그는 그동안 대기업집단이 사회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을 지적하면서 “새로운 사전규제 법률을 만들어 기업의 경영판단에 부담을 주거나 행정력을 동원하여 기업을 제재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라면서도 “그렇기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의 정책 내용을 설명하고 나아가 새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한 이해를 구함으로써 기업인들 스스로 선제적인 변화의 노력을 기울여주시고 모범적인 사례를 만들어주십사하고 부탁드리기 위해 오늘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대기업 그룹 총수에 충분한 정보가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인식도 내비쳤다. 그는 “혹시 그룹의 최고 의사결정자에게 정확하고도 충분한 정보가 전달되지 않은 것은 아닐까, 또는 정보는 전달되었는데 적기에 적절한 판단을 내리는데 장애가 되는 요인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며 “오해일 수도 있지만 공정거래위원장인 제가 그런 오해와 조급증을 갖고 있다면 그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기업 그룹과의 만남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김 위원장은 “오늘과 같은 대화의 자리가 일회성 행사로 끝나서는 안 될 것이고, 보여주기식 이벤트로 끝나서도 안 될 것”이라며 “오늘처럼 여러 그룹들과 함께 만나는 자리도 있어야겠고, 필요에 따라서는 개별 그룹과 협의하는 기회도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재계도 김 위원장의 인식에 공감하며 꾸준한 대화의 장을 마련하겠다고 화답했다. 이동근 대한상의 부회장은 “새 정부 대기업 정책에 대해 사회 각계각층의 관심이 많은데 정부와 재계가 따로 만날 계기가 없었다”면서“언론을 통해서만 무성한 이야기가 오고가 막연한 불안감이 증폭됐는데 이번 만남이 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규·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