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생활비절감팀 주최로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통신비 기본료 폐지, 무엇이 해답인가’ 정책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좌장을 맡은 안정상(오른쪽 여섯번째)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가 22일 내놓은 ‘가계통신비 절감 대책’에 대해 정부의 과도한 시장개입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정부가 통신정책 실패를 또 다른 규제로 막으려고 하는 규제의 악순환에 빠졌다는 지적이다.반면 시민단체는 일부 기업이 독과점하고 있는 시장에서 정부의 개입이 불가피하다면서도 국민이 체감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국정기획위가 ‘기본료 1만1,000원 일괄 폐지’라는 목표를 정해놓고 통신비 절감 방안을 추진하면서 시장 참여자 누구도 설득하지 못하는 결론을 내놓게 됐다. 특히 야당 의원들이 정부의 핵심 방안인 ‘보편 요금제’ 대신 ‘완전자급제’를 추진한다는 입장이어서 절반의 성과도 못 거둘 가능성이 높아졌다.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생활비절감팀 주최로 열린 ‘통신비 인하 방안 토론회’에서 주제 발제를 맡은 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는 “가장 합리적이고 공평한 가격은 시장에서 결정된다”며 “(통신비 절감 대책은) 정부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의 실패를 또 다른 규제로 막겠다는 규제의 악순환에 빠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통신은 기업이 정부로부터 경매로 주파수를 산 후 제공하는 민간 서비스”라며 “통신비가 필수불가결한 공공재나 대다수가 사용한 보편재라서 정부가 시장가격에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통 3사가 시장의 89%를 차지하는 독과점 구조 때문에 규제를 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전 세계 대부분이 통신 시장은 3개사 중심의 독과점 구조”라며 “독과점만 두고 시장실패라고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불공정 행위가 규제 대상이지 독과점 자체가 규제 대상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는 공공성 확보와 시장왜곡에 대한 정부개입을 주장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통신 서비스는 현대인이 반드시 이용해야 하는 필수재이자 전파와 주파수라는 공공재를 기반으로 제공된다”고 전제한 뒤 “공공성이 확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처장은 “통신시장의 높은 진입장벽으로 인한 독과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민간 사업자라 해도 정부의 적정한 요금 통제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또 “현재 통신시장은 경쟁이 매우 저조하고 정부의 정책도 효과가 크지 않다”며 “요금 약정할인율 25% 상향도 해외 선진국에 비하면 낮은 수준으로 30% 수준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이통사 임원들은 톤을 한 단계 낮췄다. 이상헌 SK텔레콤은 CR전략실장은 “가격을 내리는 것도 통신비 인하의 한 방법이지만 많은 양을 제공하고 다른 혜택을 주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며 “지금 논의는 가격을 내리는 쪽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한쪽으로만 가면 경쟁은 사라지고 사업자 입장에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김규태 LG유플러스 상무는 “일괄적 통신요금 인하가 사업자 간 경쟁환경 개선에 도움이 됐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3위 사업자로서 파격적 상품을 내놓기 위해 노력해왔는데 이런 새로운 시도를 보호해주는 방안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정민정기자 jminj@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