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이 고소득층보다 주거비 부담이 크다는 건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일인데 만약 그 격차가 더 벌어진다면 문제일 것입니다. 저소득층의 삶의 질이 나빠지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최근 우리나라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통계청의 가계동향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의 한 달 평균 주거비 지출은 21만5,119원으로 전체 소비지출의 17.0%에 이르렀습니다. 전년 16.1%보다 0.9%포인트 증가한 수치고 2003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2003년과 비교하면 주거비 부담이 2.7%포인트나 커졌습니다.
반면 지난해 전체 가구의 슈바베 지수는 10.7%에 그쳤습니다. 2003년 대비 증가폭도 0.8%포인트로 비교적 잘 억제됐고 특히 지난해에는 0.1%포인트가 줄었습니다. 주거비 부담 증가가 유독 저소득층에 집중됐다는 얘기입니다.
사진=연합뉴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요. 전문가들은 저소득층이 소득 증가는 미미한데 집값은 높아지니 자가나 전세에서 월세로 내몰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분석합니다. 저금리 영향으로 부동산 시장에서 월세 자체가 많아진 영향도 있습니다. 월세는 자기 집이나 전세와 달리 매달 꼬박꼬박 임대료를 내야 하니 주거비 부담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하나하나 따져볼까요. 우선 2016년 가계소득을 보면 상위 20% 계층은 전년보다 2.1%, 전체는 0.6% 늘었는데 하위 20% 계층은 5.6%나 줄었습니다.
월세로 밀려나는 저소득층은 급증하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의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저소득층(소득 하위 40%)은 2006년만 해도 68.5%가 자가나 전세로 살았지만 지난해는 이 비중이 59.1%로 뚝 떨어졌습니다. 같은 기간 월세 비중은 24.3%에서 33.9%로 치솟았습니다.
주거비뿐 아니라 빚 부담도 커지고 있습니다. 가계부채 위험성을 볼 수 있는 ‘처분가능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비율(DSR)’은 전체 가구의 경우 2012년~2016년 17.1%에서 24.3%로 7.2%포인트 올랐는데 같은 기간 하위 20% 계층은 16.0%에서 25.2%로 9.2%포인트 증가했습니다. 최근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저소득층의 가계부채 부실화 위험은 한층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체 부동산 시장의 안정화도 중요하지만 저소득층의 주거 안정과 소득 확충, 빚 부담 완화 등 맞춤형 대책이 더 시급한 시점입니다.
/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