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복지 예산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지만 빈부 격차는 오히려 악화되는 주요 원인이다. 늘어나는 복지 예산을 엉뚱한 사람들이 전용하며 효과를 떨어뜨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복지 부정 수급 관리 강화로 복지예산 탈루가 많이 줄었지만 아직도 보이지 않는 위법 행위가 많다고 지적한다.
올해 복지(보건·복지) 예산은 129조4,830억원으로 130조원에 육박했다. 지난해보다 4.9% 늘어나 전체 예산증감률(3.7%)을 훌쩍 넘었다. 물론 이에 따른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만족하기에는 성과가 아직 기대에 못 미친다. 무엇보다 빈부 격차를 보여주는 지니계수가 지난해 0.304(처분가능소득 기준)로 2012년(0.307) 이후 4년 만에 최악을 기록했다. 지니계수는 수치가 1에 가까울수록 소득불평등도가 악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 기간(2013~2016년) 정부의 보건·복지 예산은 442조9,000억원에 달했다. 매년 예산의 3분의1에 육박하는 돈을 복지 부문에 투입했지만 양극화는 완화되지 않은 셈이다.
문제는 정부가 막대한 복지예산의 약발을 떨어뜨리는 부정 수급의 정확한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복지부가 각 지자체로부터 부정 수급 적발 사례를 취합해야 하지만 각 지자체가 행정 오류를 스스로 고백해야 하기 때문에 적발 및 취합에 미온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2015년까지의 부정 수급 규모는 파악이 됐는데 2013년 448억원, 2014년 558억원, 2015년 790억원 등 총 1,796억원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각 지자체가 축소 보고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 부정 수급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부정 수급이 계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솜방망이 처벌 규정이 근본 이유로 꼽힌다. 익명을 요구한 보건복지 분야의 한 연구위원은 “특히 병원에 대한 부정 수급 처벌이 약하다”며 “수십억원의 부정 수급이 적발되도 관련 법상 최대 3,000만원 정도의 벌금만 내면 된다. 차라리 벌금 내고 계속 부정 수급을 한다는 병원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적발된 후 친인척을 이용해 새롭게 병원을 설립하고 똑같은 방식으로 부정 수급을 하는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복지 부문의 처벌 규정도 부정 수급을 정의하는 기준이 모호하고 처벌 규정도 최대 1,000만원의 벌금만 내면 되는 등 약하다”고 설명했다.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의 복지 부정 수급 적발을 지자체 차원에서 전폭적으로 지원해주지 않는 것도 문제점이다. 익명의 또 다른 복지 분야의 한 전문가는 “얼마 전 천안시, 경남 창원시 공무원이 부정 수급을 적발했다가 소송을 당했는데 이 과정에서 지자체가 전혀 도움을 주지 않았고 결국 패소했다”며 “지자체로부터 무리한 부정 수급 적발이었다며 징계성 전보 조치까지 당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분위기에서 지자체 공무원이 책임감을 갖고 부정 수급을 적발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공무원이 책임질 사안의 업무는 외면하는 복지부동의 전형적인 예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표심을 신경 써야 하는 지자체 장 역시 부정 수급 단속으로 민원인이 늘어나는 것을 극도로 꺼리고 있다.
이와 함께 부정 수급 조사가 법인 중심으로 진행돼 개인 시설의 조사가 폭넓게 이뤄지지 않는 것도 문제로 지목된다. 복지부 감사관 아래 복지급여 담당관이 있지만 130조원에 달하는 복지예산을 관리하는 데 담당 인원이 8명에 불과하고 부정 수급 강제 조사 권한도 없다. 최병근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복지 부정 수급은 일종의 범죄이므로 근절할 수 없는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새 정부 들어 복지예산을 더 늘린다고 하지만 새는 예산을 줄이는 것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