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대한항공(003490) 서소문 사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그룹 내 임원들을 총 집결시켰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윌셔호텔 개관식에 앞서 마지막 점검을 위해서다. 이미 외부는 물론 실내 인테리어도 마무리 작업을 마친 상황. 그러나 지난 1989년 윌셔그랜드호텔을 인수한 후부터 ‘미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만들어내겠다’는 꿈을 꿔왔던 조 회장에게는 모든 것이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다. 개관식 행사에 대한 최종 시나리오와 향후 랜드마크로서의 운영 전략, 대한항공과의 연계 서비스 등에 대한 보고를 받고서야 마침내 흡족한 표정을 보였지만 조 회장은 “원점에서부터 다시 하나하나 챙겨달라”는 당부를 수차례 하고서야 회의를 끝냈다.
조 회장의 28년 꿈이 마침내 실현됐다. 한진그룹은 23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시 다운타운 윌셔가(街)와 피게로아가 사이에 위치한 윌셔그랜드센터가 개관식을 열고 본격적인 운영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1989년 윌셔그랜드호텔을 인수한 지 28년만, 2009년 4월 최첨단 호텔과 오피스 건물로 바꾸는 ‘윌셔그랜드 프로젝트’를 발표한 뒤 1조원을 투입, 8년 만에 15층의 기존 호텔은 73층, 높이 335m의 LA 최고층 건물로 재탄생했다. 조 회장은 개관식에서 센터 건설을 맡은 A.C. 마틴사의 크리스 마틴 최고경영자와 호텔을 위탁 운영하는 엘리 마루프 미주 인터콘티넨털호텔 그룹 최고경영자, 호세 루이자 LA 시의원 등 수백명의 관계자들 앞에서 감격에 찬 표정으로 “개인적인 꿈의 정점이자 LA와의 약속을 완성했다”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및 관계자들이 23일(현지시간) 미국 LA 윌셔그랜드센터 개관식에서 리본 커팅을 하고 있다. 이기철(왼쪽부터) 주 LA 총영사, 허브 웨슨 LA 시의회 의장, 엘리 마루프 미주 인터콘티넨털호텔 그룹 최고경영자, 조양호 회장, 케빈 드레온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장,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크리스 마틴 A.C.마틴 최고경영자. /사진제공=대한한공
한진그룹이 LA 중심부에 세운 윌셔그랜드센터는 LA에서 가장 높은 건물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디자인부터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요세미티 계곡에서 따와 랜드마크로서 상징성을 부각했다. 안전과 친환경적 요소도 건물 곳곳에 배어 있다. LA가 환태평양 지진대에 속해 있는 만큼 ‘좌굴방지가새(BRB)’ 공법을 적용해 진도 8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게 설계됐다. 탄탄한 건물 기초를 구축하기 위해 이틀 동안 레미콘 2,120대 분량(4만2,930톤)의 콘크리트를 한 번에 쏟아부은 것은 기네스북에 등재될 정도다.
특히 65년 전통을 가진 호텔의 품격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중점을 뒀다. 윌셔그랜드센터의 전신은 1952년 개관한 스테틀러호텔로 존 F 케네디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등 전 미국 대통령들이 찾은 LA의 아이콘이었다. 전통에 걸맞은 차별화된 품격을 갖추기 위해 8~73층에 걸쳐 900개의 객실을 갖춘 호텔의 로비를 70층에 뒀다. 투숙객이 체크인 단계부터 LA 도심가의 스카이라인과 야경을 만끽할 수 있도록 한 배려다. 연회장에는 정원이 내려다보이는 유리문을 장착했고 객실에도 개폐식 창문을 달았다.
LA의 지역경제는 물론 한미 외교 측면에서도 윌셔그랜드타워 개관의 의의가 크다. 당장 6년에 걸친 건설기간 동안 LA에는 1만1,000여개의 일자리가 생겼고 시는 8,000만달러(910억원)의 세수를 거뒀다. 호텔과 오피스 시설이 가동하면서 추가로 1,700여개의 일자리가 생기고 세수 역시 매년 1,600만달러 늘어난다. LA시는 앞으로 25년 숙박세(숙박료의 14%)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랜드마크 건립에 따른 관광 수요 확대와 오는 2024년 LA 하계올림픽 유치에 긍정적인 효과는 이보다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29일(현지시간)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 맞춰 우리 경제사절단이 가져가는 선물 보따리 중 한진그룹의 윌셔그랜드센터 건립은 단연 주목되는 사례다.
조 회장은 “단순히 개관에 만족하지 않고 대한항공을 비롯한 항공 사업과 연계해 새로운 관광 수요를 창출해나갈 계획”이라면서 “이를 통해 윌셔그랜드센터가 LA를 넘어 미국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강도원·조민규기자 cmk25@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