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중곤이 25일 우승트로피와 CJ컵 초청권을 받은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KPGA
‘순한 인상과 굵은 뿔테 안경 뒤에 감춰진 강한 정신력.’ 황중곤(25)의 골프 색깔을 요약할 수 있는 말이다. 나흘 내내 버디 파티가 이어진 ‘난타전’도 결국 막판 작은 실수와의 싸움에서 갈렸고 승자는 황중곤이었다.황중곤은 25일 경남 양산의 에이원CC(파72·6,988야드)에서 열린 제60회 한국프로골프(KPGA) 선수권(총상금 10억원) 4라운드에서 보기는 1개로 막고 이글 1개와 버디 4개를 잡아내 5언더파 67타를 쳤다. 최종합계 20언더파 268타를 기록한 그는 공동 2위 이형준(26·JDX)과 김기환(26·이상 19언더파)을 1타 차로 제치고 국내 최고 전통에 빛나는 대회의 마지막 주인공이 됐다.
황중곤은 2011년 일본 투어에서 먼저 데뷔해 한·일 무대를 오가며 활동하는 선수다. 2015년 카시오 월드오픈 제패까지 일본에서 통산 3승을 기록 중이다. 2014년 매일유업 오픈에서 국내 첫 우승을 신고했던 그는 3년 만의 두 번째 우승을 메이저 타이틀로 장식했다.
이번 우승 ‘한방’으로 황중곤은 2억원의 상금을 비롯해 KPGA 투어 5년 시드권과 KPGA 선수권대회 평생 출전권까지 두둑한 전리품을 챙겼다. 여기에다 오는 10월 국내에서 최초로 열리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정규대회 CJ컵@나인브릿지에 초청돼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기량을 비교해볼 수 있는 기회도 확보했다.
이날 선두에 2타 뒤진 공동 4위로 최종라운드를 시작한 황중곤은 9번홀(파5)에서 이글을 기록하고 13번(파5)과 14번홀(파4) 연속 버디를 잡아 2위권에 올랐어도 우승을 예감하기 어려웠다. 한때 7명이 공동 선두에 몰리는 등 종반까지 불꽃 튀는 혼전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1타 실수가 곧 우승경쟁 탈락으로 이어지는 살얼음판 상황에서 황중곤의 16번홀(파4) 파 세이브는 버디 못잖게 값졌다. 그린을 놓친 뒤 어프로치 샷이 홀을 3m 넘게 지나쳤으나 파 퍼트를 홀에 떨군 것. 보기 위기를 넘긴 그는 이어진 17번홀(파3)에서 5m 가량의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공동 선두로 올라섰고 앞 조에서 경기한 이형준이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1타를 잃으면서 단독 선두가 됐다.
15번홀까지 8타나 줄이며 2타 차 선두를 달리던 이형준은 16번홀(파4) 티샷 아웃오브바운즈(OB) 탓에 보기를 적어낸 데 이어 마지막 홀에서는 3퍼트 실수로 보기를 한 뒤 고개를 떨궜다. 1타 차로 추격하던 김태우(24)는 버디가 절실했던 마지막 홀에서 짧은 파 퍼트마저 놓쳐 공동 4위(18언더파)로 마쳤고 이글을 해야 연장전에 나갈 수 있던 박은신(27)의 마지막 홀 티샷이 워터해저드에 빠지면서 황중곤의 우승이 결정됐다.
46년 만의 한 시즌 한국오픈-KPGA 선수권 석권에 도전했던 장이근(24)은 이틀 연속으로 1타씩 밖에 줄이지 못해 박상현 등과 함께 공동 6위(17언더파)로 대회를 마감했다. 3라운드에서 선두에 나선 이동하(35)는 5타를 잃는 부진 끝에 양용은(45) 등과 함께 공동 20위(12언더파)에 자리했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