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롯데홀딩스 이사직 퇴임...70년만에 끝난 신격호 시대

韓 계열사서도 잇달아 물러나
신동빈 회장 체제 강화될 듯

신격호 총괄회장


롯데그룹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이 한일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이에 따라 신 총괄회장은 주요 계열사 이사직에서 대부분 퇴임하게 돼 사실상 한일 롯데그룹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됐다.

25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일본 롯데홀딩스는 지난 24일 일본 도쿄 신주쿠 하쓰다이 본사에서 주주총회를 열어 이번에 임기가 만료된 신 총괄회장의 퇴임을 결정했다. 이번 주주총회에서 일본 롯데는 신동빈 회장과 사외이사 2명을 포함해 8명의 이사를 재선임하되 신 총괄회장의 이사직은 재선임하지 않은 방식으로 신 총괄회장의 퇴임을 결정했다. 신 총괄회장은 명예회장에 취임할 예정이지만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는 직책이다. 이에 따라 신 총괄회장은 1948년 일본에서 롯데그룹을 창립한 지 70여년 만에 그룹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됐다.


신 총괄회장은 이미 한국 롯데그룹에서는 지난해부터 주요 계열사 이사직에서 잇달아 물러나고 있다. 지난해 롯데제과와 호텔롯데 이사직에서 물러났으며 올해는 롯데쇼핑과 롯데건설·롯데자이언츠 등 계열사 이사직도 내놓았다. 아직 이사로 등재돼 있는 롯데알미늄 역시 오는 8월로 임기가 만료되는 만큼 이사직에서 퇴임할 가능성이 크다.

이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신 회장의 친형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상정한 본인 등 4명의 이사 선임안과 신동빈 회장 등 현 경영진의 이사직 해임안은 부결됐다. 신 전 부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 선임을 통해 경영복귀를 시도했다가 가로막힌 것은 지난해 3월과 6월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이며 2015년 8월 주주총회의 표 대결까지 포함하면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 간 주총 표 대결에서 네 번째 패배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그룹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로 피해를 당하고 있고 총수가 재판을 받는 등 어려운 시기에 신 전 부회장은 또다시 경영복귀를 꾀했다”며 “(주주총회에서) 네 번이나 패배한 만큼 더 이상의 해사 행위는 그만했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재계에서는 신 회장이 신 총괄회장 퇴임과 일본 롯데 주주총회에서의 지지를 등에 업은 만큼 앞으로 그룹 내 지배권이 강화되고 신 전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에서도 더욱 유리한 위치에 설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이 여전히 경영복귀를 포기하지 않고 있지만 일본 롯데의 지지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신 회장의 검찰 수사 등에도 일본 롯데 주주들이 계속 신뢰를 보내는 것으로 보이는 만큼 한국 롯데의 지주회사 전환 등 신 회장의 경영전략도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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