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문제 해결을 실질적 상호위협을 줄이는 데서 시작하자는 것이 새로운 주장은 아니다. 전 미 국무부 대북담당관인 ‘38노스’의 운영자 조엘 위트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지난해 북핵·미사일 중단을 목적으로 한미 군사훈련 유보 등을 검토하는 새로운 외교 구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근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외교정책통 리처드 하스 외교협회장도 북핵 동결과 사찰을 놓고 외교적 협상이 가능하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쌍중단(雙中斷) 주장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이 두려워하는 것을 꺼내 협상 테이블로 나오도록 하는 유효한 수단을 여기저기에서 언급하고 있지만 유독 한국에서만은 금기어다. 문제가 된 문정인 통일외교안보특보의 워싱턴DC 발언도 따지고 보면 같은 시각인데 국내에서는 ‘외교 참사’라는 질타를 받았다. 비난 이유가 발언 시기와 특보 신분의 부적절함이 될지언정 ‘감히 미국의 심기를 건드려서는 안 된다’식의 경도된 인식에서 비롯돼서는 곤란하다. 북핵·미사일 실험부터 멈추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는 데 한미 코드가 같다면 가능성 있는 접근법을 언제라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을 수 있다. 물론 문재인 대통령이 문 특보 발언의 진화 차원에서 한미 연합훈련 축소를 한미 정상회담에서 논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것이 국제정세요 외교가와 조야의 시각이다.
29일(현지시간)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많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에다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망 사건으로 인한 미국 내 여론의 악화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그렇다고 애도 분위기에 눌려 상대방의 지청구를 삭이는 회담만 하고 돌아올 수는 없는 노릇이다.
트럼프 정부의 ‘최대 압박과 관여’라는 대북정책 기본 틀은 문재인 정부의 시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트럼프 정부는 더 강한 대북 압박에 무게중심을 두겠지만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북핵 문제를 해결한다는 원칙에 한미가 이견이 없다면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트럼프 정부에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이번 첫 만남의 의미는 충분하다.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양국 정부의 정상은 앞으로도 수차례 더 만날 기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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