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의 그랜저 IG의 6월 판매량은 1만대를 넘었다. 본격 판매가 시작된 지난해 12월 이후 7개월 연속 월 1만대 이상 팔린 것이다. 국내 자동차 업체가 1개 차종을 7개월 연속 월 1만대 이상 판 것은 쏘나타 YF(2009년 10월~2010년 4월) 이후 8년 만이다. 현대차가 최근 출시한 아반떼 AD나 쏘나타 LF 등 주요 차종은 월 1만대 이상 기록이 2~3개월에 그쳤다. 준대형인 그랜저 IG가 이례적으로 장기간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그랜저 IG의 인기는 좀 복합적이다. 달라진 시대상을 반영한 상품 구성이 가장 큰 이유로 풀이된다. 쏘나타 YF가 인기를 끌던 2009~2010년에는 30~40대 고객이 중형세단을, 40~50대 이상 고객이 대형 세단을 선택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구매력이 커진 30~40대 고객이 준대형차나 수입차를 선호한다. 40~50대 고객도 프리미엄 차량을 선택한다. 현대차가 제네시스라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선보인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현대차는 그랜저 IG 출시 당시 30~40대 젊은 층을 겨냥해 역동성이 강조된 광고를 선보이는 등 전과 달리 감성 마케팅에 주안점을 뒀다.
그랜저 IG가 비슷한 가격대 수입차들과 비교했을 때 가성비가 우수한 점도 이유다. 현대차는 작심한 듯 그랜저 IG에 반자율주행 기능이 포함된 ‘현대스마트센스’ 옵션을 추가했다. 동급의 수입차에서는 보기 힘든 사양이다. 여기에 넓은 실내공간과 저렴한 유지비는 합리적인 소비를 원하는 30~40대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가솔린과 하이브리드, 디젤, LPG 등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보유한 점도 강점이다. 그랜저 IG 하이브리드는 5월까지 3,499대 팔렸다. 5월에만 1,845대가 팔렸는데 지난해 동기 대비 3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업체 임원의 차로 탄탄한 법인수요에 개인 고객까지 몰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랜저 IG는 현대·기아차(000270)의 국내 시장 점유율도 끌어 올리고 있다. 현대기아의 점유율은 2012년 74.6% 이후 4년 연속 감소해 지난해 65.4%로 역대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기아차보다는 현대차의 하락세가 더 컸다. 2012년 41.6%에서 지난해에는 36.1%까지 주저앉았다. 그나마 기아차는 28~29%의 점유율을 유지했다.
하지만 올해 내수시장에서 현대차의 분위기는 좀 다르다. 그랜저 IG의 인기에 소형 SUV의 코나의 돌풍, 그리고 9월 제네시스의 첫 중형 세단 ‘G70’의 활약까지 예상된다. 이 때문에 현대차는 2014년 이후 3년 만에 국내서 40%대 점유율을, 현대기아차는 70% 점유율 달성도 넘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쏘나타 YF가 인기를 끌던 2009년은 현대기아차의 시장 점유율이 76.8%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한 해”라며 “현대차의 반전이 본격화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