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 식초 제품들. /사진제공=오뚜기
식초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조미료’다. 다양한 음식에 사용돼 식용으로 쓰이거나 여러 과일이나 재료와 섞여 다양한 음료로도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식초의 용도는 단순 조미료 이상이다.요리뿐만 아니라 세척과 살균 등 일상생활 곳곳에서 활용할 수 있는 ‘만능 살림꾼’으로 자리매김했다. 식초의 종류도 다양해 지면서 주방에서 빼 놓을 수 없는 필수 품목이 되어가고 있다. 한국의 식초시장은 1970년대 들어 오뚜기와 롯데삼강 등이 양조식초를 생산하면서 급속히 성장했다. 이런 가운데 ‘사과 식초’로 지난 30여 년간 ‘국민 식초’의 지위를 놓치지 않은 오뚜기 식초가 올 7월이면 탄생 40주년을 맞이한다.
눈길을 끄는 것은 식초를 먹는 용도 외에 가정에서 다용도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식초를 조미료뿐 아니라 주방기구 살균제, 장난감·과일 세척제, 섬유유연제, 운동화 천연 살균제, 식기세척제, 세안제, 마늘냄새·생선비린내 탈취제 등으로 폭넓게 사용한다는 점에 착안한 전략이다.
실제로 최근 일상생활에서 식초는 먹는 용도 외에 다양한 방법으로 사용된다.
기둥이나 다리미가 더러울 때, 책상이나 의자에 볼펜 자국이 묻었을 때, 유리·동·알루미늄 제품을 청소할 때 1ℓ 물에 작은 술잔으로 1잔 가량의 암모니아와 소량의 식초를 넣어 혼합한 뒤 스펀지나 헝겊으로 닦으면 깨끗이 닦이기도 한다. 또 섬유유연제와 같은 효과가 있어 의복을 부드럽게 해 주며 식기 세척, 얼룩 제거에도 효과적이다.
폴리에스텔 커튼이나 아기 기저귀 등에 식초를 넣어 헹구면 정전기가 방지되며 식초를 탄 물에 손을 씻으면 손에 밴 마늘냄새, 생선비린내 등 냄새가 깨끗이 사라진다. 주방 도마에 밴 음식냄새도 식초를 사용하면 냄새가 제거되고, 독한 세제를 쓰지 않고도 운동화를 하얗게 세척하는 데도 쓰인다.
오뚜기 관계자는 “비타민 음료, 과일주스 등 대체 음료가 늘어난 영향으로 2011년 96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15년 560억 원으로 거의 반 토막이 난 음용식초 시장에 비해 조미식초 시장은 웰빙 트렌드와 다양한 쓰임새 때문에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식초는 우리 몸에 좋은 유기산과 아미노산 등이 풍부해 피로 해소에 좋고, 체내 영양소와 체지방 분해를 촉진하는 데다 에너지 이용 효율을 높여 다이어트 음식으로도 각광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뚜기 관계자는 “당시 기존 시장에서 판매되던 경쟁사의 사과식초는 사과함유량이 낮아 사과 본연의 상큼한 맛이 부족했는데, 오뚜기가 소비자들의 불만사항을 적극 수용한 제품을 내놓으면서 매출 확대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회상했다.
고비도 있었다. 1993년 일반식초(6~7%)보다 산도가 두 배 높은 ‘2배 식초(13~14%)’를 출시했지만 경쟁사들이 잇따라 2배 식초를 선보이면서 시장 우위가 흔들린 것. 그러나 오뚜기는 1998년 산도가 18~19%에 달하는 ‘3배 식초’로 승부수를 띄우며 경쟁자를 따돌리는 데 성공했다. 당시 웰빙 열풍의 씨앗이 된 3배 식초는 지금도 오뚜기에서만 판매할 정도로 발효 기술력이 높은 제품이다. 2011년에는 100% 국산 매실을 활용한 매실식초를 선보이며 웰빙 바람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3배 식초 출시 이후 매년 평균 10% 이상씩 성장하던 오뚜기 조미식초는 2010년대 들어 1인 가구 증가로 가정에서 요리하는 소비자들이 줄면서 다시 한 번 위기를 맞았다. 이에 오뚜기는 2013년 식초를 일상생활에서 다용도로 쓸 수 있는 ‘식초 살림레시피’를 적극 홍보하면서 스스로 시장 지키기에 나섰다. 그 결과 그 해 매출이 2012년보다 무려 22%에 신장하는 등 시장 트렌드 자체를 완전히 바꾸는 데 성공했다. /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