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교체, 1년간 개봉 연기, 통제 불능 설리... 제작 때부터 개봉 직전까지 잇따른 잡음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영화 ‘리얼’이 드디어 28일 개봉한다. 어쩌면 개봉 이후 더욱 끊임없는 화젯거리가 예상된다. 어떤 의미로든 김수현 필모그래피의 방점이 될 영화임은 확실하다.



26일 서울 성동구 행당동 CGV 왕십리에서는 영화 ‘리얼’(감독 이사랑)의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영화가 선공개 됐다. ‘리얼’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카지노를 둘러싼 두 남자의 거대한 비밀과 음모를 그린 액션 느와르.

우선 이 영화를 보기 전, 마음가짐을 단단히 해야 한다. 찰나의 순간이라도 놓치면 이 응집력 높은 영화의 과속도를 따라잡기 힘들다. ‘리얼’은 범작을 넘어서는 특별함과 난해함이 공존한다. 레드, 그린, 블루를 강조한 현란한 색감과 긴장감을 조성하는 OST가 미장센으로 느껴지는가 하면, 극도로 섬뜩한 분위기를 낳는다. 김수현의 소름 끼치는 1인 2역 연기가 트릭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리얼’은 시종일관 이야기를 아티스틱하게 함축해 풀어나간다. 인물의 행동을 일련의 시퀀스가 아닌 분리된 개체로 보여준다. 때문에 곳곳에 장치와 메시지가 깔려 있지만, 관객들에게는 불친절하게 읽힐 소지가 다분하다. 이는 ‘리얼’의 매력이자 허점이 된다. ‘탄생’, ‘대결’, ‘리얼’이라는 세 개의 챕터로 의미심장하게 구성해 한껏 폼을 잡았지만 이를 납득할 이들이 얼마나 될지 미지수다.

느와르 장르로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작답게 퇴폐 사회를 깊숙이 들여다본 것은 ‘리얼’의 재미 요소다. 영화의 주요 배경 ‘시에스타’라는 카지노 안에서 자아 분열하는 주인공 장태영(김수현)은 마약과 환각, 향락에 취해 음란하기 이를 데 없는 삶을 산다. 그야말로 ‘갈 데까지 가는’ 화끈한 영화다. 극 중 인물이 약에 취해 환각에 빠지는 장면을 총천연색과 물결치는 배경의 그래픽으로 표현, 관객과 시점을 일치시켜 덩달아 어질어질한 기분까지 자아낸다.




‘희망의 불씨’ 김수현은 2013년 ‘은밀하게 위대하게’ 이후 4년 만의 스크린 복귀에 스스로 보람을 느낄 가치가 있다. ‘리얼’은 1인 2역 김수현의, 김수현에 의한, 김수현을 위한 영화다. 극 중 종횡무진 ‘원맨쇼’를 펼치는 그가 캐릭터 과잉으로 보일 수 있지만, 집중도 높은 연기력으로 허상의 세계에 설득력을 가한다. 과격함, 기괴함, 고뇌, 슬픔 등 갖가지 감정을 자유자재로 연기한다. 느와르와 무용이 가미된 액션은 이질적이지만 한편으로 감탄스럽다.

2014년 ‘패션왕’ 이후 3년 만의 영화로 나타난 설리는 과거 여리고 귀여운 이미지를 오래전 SNS로 탈피한 뒤, 뇌쇄적인 이미지로 선전포고했다. 장태영의 재활치료사이자 연인 송유화 역을 통해 파격 전라노출과 베드신, 치명적인 팜므파탈로 이목을 사로잡는다. 아직 일상 연기에서 큰 감정을 유발하지 못하지만, 아픔과 슬픔을 동반한 후반부 연기는 페이소스가 느껴질 만큼 크게 발전했다.

신경정신과 박사 최진기 역의 이성민은 여유로운 미소와 냉철함, 이면에 불같은 면모를 고루 연기하며 명불허전의 실력을 보여준다. 성동일은 카지노를 노리는 경쟁자 조원근 역을 맡아 극악무도함과 냉혈한으로 장태영과 대립각을 세운다. VIP 고객 전문 변호사 사도진 역의 조우진은 ‘내부자들’ 조상무에서 잔혹함을 조금 덜어내고 계산적인 인물을 능숙하게 선보인다. 간만에 비열함에서 벗어나 노염 형사로 분한, 선한 이경영도 짧지만 인상 깊다. 어설픈 연출이 배우들의 연기로 어느 정도 메워진다.

노골적인 베드신과 충격적인 엔딩까지 ‘리얼’은 독보적인 색채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18세 이상뿐만 아니라 28세 이상도 이 영화의 어두운 심연, 크리에이티브함과 기괴함에 압도되는 지점은 분명 있다. 기존 한국 영화의 표현법을 과감히 거스른 ‘리얼’. 괴작이 될지, 그나마의 범작이 될지는 개개인의 시선에 따라 달라지겠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