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18일 청주의 한 물류회사에서 발생한 화재 당시 모습 /연합뉴스
한 30대 남성이 담배꽁초를 무심코 버렸다가 51억원이 넘는 재산 피해를 내면서 피해액에 상응하는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릴 위기에 처했다.청주지법 형사항소2부(정선오 부장판사)는 실화(失火)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A(32)씨에게 원심과 같은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채택된 증거와 정황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버린 담배꽁초 외에 달리 화재 원인으로 볼 수 있는 게 없다”며 유죄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A씨 측은 “사고 당일에 가랑비가 내려 담배꽁초에서 불이 시작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담배꽁초가 화재 원인이 아니라는 주장을 뒷받침하기에는 부족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청주의 한 물류회사에서 일하던 A씨는 2015년 3월 18일 오후 6시 42분께 회사 물품 보관창고 앞에서 담배를 피웠다. 이후 평소 습관대로 무심코 담배 끝을 손가락으로 튕겨 불을 끈 뒤 사무실로 돌아왔다. 그로부터 20분 정도가 지난 뒤 창고에서 불이 일기 시작했고, 내부에 가연성 물품이 가득했던 탓에 불길은 삽시간에 번졌다. 이 불은 인근 건물까지 총 3개의 창고(연면적 1,322㎡)를 태우고 4시간 만에 진화됐다.
건물과 함께 내부에 있던 고가의 물품까지 모두 타면서 피해액은 51억5,800여만원에 달했다. 경찰과 소방당국 조사 결과 A씨가 버린 담배꽁초가 화재 원인으로 지목했다.
만약 대법원에서도 유죄가 인정된다면 A씨는 거액의 민사상 책임을 져야 할 처지에 놓인다. 공교롭게도 피해를 본 물류창고는 화재가 발생하기 3일 전 화재보험이 만기돼 재가입을 준비 중이었다. 간발의 차이로 보험에 미가입된 상태였기 때문에 공장 화재 피해자들은 단 한 푼의 보상도 받을 수 없었다.
현재로서는 피해자들이 A씨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지 않고 있지만 유죄가 확정된다면 사정이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피해자들로서는 피해 보전을 요구할 대상이 A씨 밖에 없어 민사소송 제기는 기정사실로 봐야 할 것”이라며 “A씨가 피해액을 배상할 여력이 있는지는 차후의 문제”라고 말했다. /정수현기자 valu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