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예권 "콩쿠르 우승 뒤 옷과 신발부터 달라졌네요"

밴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선우예권 기자간담회
"후회 남기지 않으려 이번 대회 참가했죠"

“콩쿠르 우승 후 달라진 점요? 옷과 신발이 달라졌죠.”

28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내 세종예술아카데미에서 열린 밴클라이번콩쿠르 우승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피아니스트 선우예권(28·사진)은 우승한 후 달라진 점을 묻자 이같이 장난기 어린 대답을 내놓았다. 그는 이어 “우승한 다음 백화점에서 1만달러어치를 아무거나 살 수 있는 혜택이 주어지는데 셔츠와 신발 위주로 쇼핑했다”며 “오늘 신고 온 신발도 P사의 신발”이라며 웃어 보였다. 그는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포트워스에서 열린 밴클라이번콩쿠르에서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우승을 자치했다. 이 대회는 차이콥스키·쇼팽·퀸엘리자베스에 이어 세계 4대 콩쿠르로 꼽힌다.

수많은 콩쿠르에서 우승한 그에게는 ‘콩쿠르 부자’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럼에도 이번 대회에 참가한 이유는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아서”라고 선우예권은 말했다. “만 16~17세 이후부터 해마다 적게는 2번 많게는 4번씩 콩쿠르에 나갔어요. 커리어도 쌓아야 하고 금전적으로도 절실했죠. 그런데 늘 저의 나태함 때문에 대회가 닥쳐서야 준비를 하고는 해서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했어요. 콩쿠르에 참가할 수 있는 거의 마지막 나이여서 이번에는 주변에서 너무 일찍 준비하는 것 아니냐고 할 정도로 치밀하게 준비했어요. 한 5~6배 정도 열심히 준비한 것 같아요.”

이번에 우승할 수 있었던 이유로 철저한 준비 외에 설득력 있는 연주를 꼽았다. “4월에 콩쿠르를 심사하게 됐는데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아무리 흠이 없고 결점이 없더라도 끌림이 없는 연주자에게는 마음이 가지 않았어요. 중요한 것은 결국 설득력이더라고요. 이번에 심사위원들에게도 들은 이야기가 저의 모든 연주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저에게 설득당했다는 거였어요. 콩쿠르 무대든 개인 무대든 연주자에게 중요한 건 설득력인 거예요.”


이번 대회에서 그는 슈베르트 소나타 C단조 D958, 라벨 라발스를 비롯해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 C장조 K467, 드보르자크 피아노 5중주 A장조 op.81,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D단조 op.30 등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였다. “제 리사이틀을 준비할 때랑 같은 마음으로 제 장점을 표출하면서도 다양한 맛을 들려주고 싶었어요. 제가 자주 앙코르로 연주하는 곡들을 선곡했고 일부러 콩쿠르에 적합한 곡을 고르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제가 연주한 굵직한 곡들, 예를 들어 라벨 라발스 같은 곡은 너무 자주 연주되는 콩쿠르 곡이라 심사위원들은 참가자의 연주 직전에 이미 피곤함을 느낀다고 하더라고요.”

한국 음악가들이 잇달아 국제대회에서 수상하는 것을 두고 너무 대회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소신을 밝혔다. “얼마 전에 피아니스트 임동혁이 ‘한국인이 세계에서 연주를 가장 잘하는 것 같다’고 한 말에 동의해요. 결과만 봐도 한국인이 콩쿠르에서 우승을 많이 하잖아요. 이를 두고 한국 연주자들이 콩쿠르에 집착한다고 하는데 외국 연주자들도 보면 계속해서 도전해요. 연주하고 싶은 갈망은 국내외 연주자들 간에 차이가 없는 것 같아요.”

밴클라이번 대회는 우승자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는 대회로도 정평이 났다. 다양한 연주회 및 3년간의 매니지먼트 등의 지원이 주어지는 것. “앞으로 연주 일정이 빼곡하게 찼어요. 그동안에도 하루에 두 번 연주할 때도 있었지만 아침저녁으로 미팅도 꽉 찰 때가 많아요. 영국 매니지먼트랑도 연결이 됐는데 유럽으로 길이 열릴 것 같아요.”

2주 넘게 진행되는데다 과제 곡이 다른 콩쿠르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밴클라이번에 참가하면서 심리적으로 도움을 받은 이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대회장에서 20~30분가량 떨어진 곳의 호스트패밀리에서 묵었는데 연주하고 나면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지만 헌신적이고 따뜻한 가족들 덕에 경연을 마치고 돌아갈 때마다 집에 온 느낌이었어요. 제가 강아지를 좋아하는데 그 집에 강아지가 있어 너무 좋았어요. 그리고 제 스트레스를 받아준 친구들, 제가 잠수를 타도 기다려준 엄마에게 감사해요.”

선우예권의 우승 실황 앨범은 디지털 음원으로는 23일 유니버설뮤직 산하 데카골드레이블에서 발매했으며 음반으로는 오는 8월 나온다. 우승한 지 채 한 달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실황 앨범이 나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또 12월20일로 예정된 리사이틀 티켓 600석 전 석은 그의 우승 소식 직후 매진됐다. 이에 힘입어 그는 같은 달 15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공연을 추진하고 있다. 대관 절차가 완료되면 다음달 말 티켓을 오픈할 예정이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사진제공=MOC프로덕션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