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 체인지' 통했다…세계로 뻗는 SK케미칼 신약

대상포진 백신 정식판매 앞둬
'앱스틸라'는 美 이어 濠 시판
대대적 R&D·투자 본격 성과

경북 안동시 풍산읍에 위치한 국내 최대 규모 백신 공장인 SK케미칼 L하우스에서 연구원이 생산을 마친 백신을 최종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SK케미칼


SK케미칼이 근본적인 변화를 통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는 ‘딥 체인지’ 전략을 앞세워 연일 ‘바이오 명가’의 위상을 새로 쓰고 있다. 누구도 선뜻 도전하기 어려웠던 신약 개발에 뛰어들고 국산 바이오의약품의 해외 수출까지 성공하면서 글로벌 바이오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본격적인 날갯짓을 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SK케미칼은 지난해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대상포진 백신(NBP608)의 판매 허가를 신청한 뒤 최종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통상 식약처가 허가 접수 후 1년 내외에 승인을 내린다는 점에 비춰 보면 연내 정식 판매가 유력하다.

대상포진 백신 개발은 SK케미칼이 국내 최초이자 전 세계 두 번째다. 기존에는 다국적 제약사 MSD(미국 머크)의 ‘조스타박스’가 10년 가까이 시장을 독점해왔다. SK케미칼의 가세로 연간 800억원 규모의 국내 대상포진 백신 시장은 본격적인 양강구도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SK케미칼의 대상포진 백신은 국산 백신 자급률 50%를 넘기는 첫 제품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식약처는 오는 2020년까지 국산 백신 자급률을 70%까지 달성할 계획이지만 현재 주요 백신 28종 중 원료 및 균주 개발부터 제조·수출까지 가능한 국산 백신이 13종에 불과해 백신 자급률은 46%에 그치고 있다.


앞서 지난 4월에는 혈우병 치료제 ‘앱스틸라’가 이미 판매를 시작한 미국과 유럽에 이어 호주 식약처로부터 판매 허가를 받았다. 국내에서 개발된 바이오 신약이 이들 3개 지역에 출시되는 것은 앱스틸라가 처음이다. 현재 일본과 스위스 등에서도 심사를 진행 중이어서 앱스틸라의 진출국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앱스틸라는 SK케미칼이 독자 개발해 2009년 미국 바이오 기업 CSL에 기술을 수출한 제품이다. 세계 최초로 단일 사슬형 분자구조를 채택해 기존 혈우병 치료제의 단점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는 평가다.

지난해에는 세계 최초로 세포배양 방식의 4가 독감 백신 ‘스카이셀플루 4가’의 상용화에 성공해 글로벌 바이오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세포배양 방식은 기존 유정란 배양 방식에 비해 설비투자비가 많이 들지만 한 번 생산설비를 구축하면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제조기간이 2~3개월로 짧아 독감 바이러스의 변종에 대응이 쉽고 조류 독감과 같은 외부 요인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SK케미칼이 연일 글로벌 바이오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을 두고 SK그룹이 강조해온 딥 체인지 경영철학이 본격적으로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SK그룹은 2008년 에너지·화학·정보통신기술(ICT)·반도체에 이어 바이오를 그룹의 5대 핵심 사업으로 정하고 대대적인 연구개발과 투자를 단행해왔다.

SK케미칼의 한 관계자는 “SK케미칼은 바이오 사업을 핵심 성장동력으로 내건 이래 인프라 구축과 연구개발 확충에만 4,000억원을 투자했다”며 “근본적인 변화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딥 체인지 전략이 바이오 사업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면서 후속 신약 개발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