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금융 업계와 ICT 업계 등에 따르면 하반기 인터넷은행 진출이 유력시돼 온 네이버와 SK텔레콤 등 대형 ICT 업체들이 잇따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대우와 지분 맞교환 형식으로 디지털 금융 사업 진출을 선언한 네이버의 경우 인터넷은행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사실상 백지화를 선언했다.
SK텔레콤 역시 하반기 인터넷은행 추가 사업자로 꾸준히 거론돼 왔지만 하나금융지주와 모바일 핀테크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한 합작 법인 ‘핀크(Finnq)’ 설립으로 선회하면서 인터넷은행 진출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대형 ICT 업체들이 금융사와의 제휴·합작 등에는 관심을 보이지만 직접적인 인터넷은행 사업에 진출하기를 꺼리는 것은 인터넷은행에 대한 전망이 당초 예상보다 밝지 않다는 내부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케이뱅크의 경우 출범 두 달도 안돼 여·수신 총액이 1조원을 훌쩍 넘기고 젊은 고객층의 유입도 급증하는 등 돌풍을 일으키고 있지만 수익으로 연결될지는 미지수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미국이나 일본 등 우리보다 인터넷은행을 훨씬 일찍 시도한 사례를 보더라도 10개 중 하나 정도만 성공할 정도”라며 “인터넷은행의 주 공략층이 중금리 시장이지만 문제는 부실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케이뱅크의 경우 자체 고객 신용평가 등을 통해 대출을 하고 있지만 신용등급 6~7등급 이하의 중금리 고객의 경우 1년 후 대출 만기 시 부실률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금융당국은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돼야 제3의 인터넷은행 인가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인데 국회에서 진척이 없어 ICT 업체들이 인터넷은행 진출보다 금융사와 제휴·합작으로 유턴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또한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되더라도 제3 인터넷은행의 경우 10%로 묶여 있는 대주주 지분제한이 풀려 초기 자본금을 그만큼 많이 투입해야 하는 부담도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예를 들어 지분제한이 10%로 묶여 있는 상황에서 출범한 케이뱅크의 경우 주요 주주인 KT는 200억원만 출자해도 됐지만 지분 규제가 완화되면 50%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1,250억원을 들여야 한다는 계산이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진출 매력이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반기 인터넷은행 진출 후보로 거론돼 온 신한금융도 손잡을 마땅한 ICT 업체가 부재해 진출을 잠정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신한금융의 경우 인터넷은행 진출을 검토해 왔지만 (파트너가 없는) 지금 상태로는 구체적인 실행에 착수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인터넷은행 추가 설립에 촉각을 세울 수밖에 없지만 하반기 중에는 제3 인터넷은행 출현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