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무장관, 獨 경제심포지엄서 연설 중단 '굴욕'

獨 대미무역흑자 공격하자 "연설 길다" 화상연설 끊어
"G20 앞두고 무역·기후변화 문제로 갈등 깊어져" 분석

메르켈 총리(맨 왼쪽)가 고개를 돌려 로스 장관의 화상연설을 지켜보고 있다./AP=연합뉴스
미국 상무장관이 독일 집권당 주최로 열린 경제 심포지엄에서 예정된 시간보다 길게 연설하자 사회자가 연설을 중단시키는 굴욕을 겪었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닷컴 등 외신에 따르면 저녁 베를린에서 독일 집권당 기독민주당(CDU)이 경제 심포지엄을 열었다. 당초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회의에 직접 참석하려 했으나 계획을 취소하고 미국에서 화상으로 연설했다. 로스 장관의 연설이 20분간 진행되자 주최 측은 화상을 끊었다. 사회자는 “미국 상무장관이었습니다”라며 “10분간 연설하는 것으로 예정됐으나 여러분들이 보셨다시피 다소 느리게 말씀하셔서 길어졌습니다”라 말했다. 이에 독일 청중은 환호하며 박수를 쳤다.


최근 독일과 미국 사이에 고조되는 긴장감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내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무역과 기후변화 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이 깊어졌다는 풀이다. 로스 장관은 화상 연설에서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이 수입국보다 수출국에 유리하게 돼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독일 제품의 최대 고객으로서 미국은 독일 시장에 더 많이 진출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하는 등 독일의 대미 무역흑자를 비판했다.

메르켈 총리는 앉은 자리에서 고개를 돌려 연설을 지켜보다 연단에 나서 로스 장관의 비판에 반박했다. 로스 장관은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중단된 범대서양무역투자협정(TTIP)의 협상을 재개할 의사를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이를 환영하며 독일 회사들의 대미 직접 투자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은지 인턴기자 ej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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