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인터뷰②] 권현빈 “‘프듀2’ 통한 마음고생…더 단단해졌다”

“여기서(‘프로듀스101 시즌2’)만큼 많이 배우고 느끼고 많이 상처받고 기뻤던 적이 없는 것 같아요. 21년 동안 살면서.”

Mnet ‘프로듀스101 시즌2’ 탈락 당시 권현빈이 전해온 소감이었다. 22등으로 아쉽게 탈락한 권현빈은 ‘프로듀스101 시즌2’에 참가한 3개월 동안 모든 희로애락을 경험했고, 이는 힘들기는 했지만 그가 성장하는데 자양분이 돼 주었다.

사진=지수진기자
“사실 ‘프로듀스101 시즌2’에 출연하면서 마음고생이 심했던 것은 사실이에요. 지나갔던 일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아픈 부분도 있죠. 다만 그런 일이 있었기에 더 단단해 진 것 같아요. 조언이 되는 댓글은 양분으로 삼고, 더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권현빈과 대화를 통해 느낀 것 중 하나는 생각보다 그는 감성이 풍부한 청년이라는 사실이었다. 왠지 모르게 ‘아이 노 유 노’(I Know You Know)의 팀명인 월하소년(月下少年)을 지은 주인공이 권현빈이지 않을까 싶어 물어보았더니, 아니나 다를까, 본인이 지은 것이 맞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제가 지었어요. 저희가 출연한 ‘프로듀스101 시즌’의 타이틀곡이 ‘나야 나’잖아요. 가사 중에 ‘오늘밤 주인공은 나야 나’라는 부분이 있어요. ‘오늘밤’이라는 부분에서 밤하늘 아래 달빛이 생각이 났고, 또 저희들이 소년들이잖아요. 그래서 달빛 아래 소년들, 달빛소년이 떠오르더라고요. 더 나아가서는 음원차트에 적용될 때 이름도 생각을 했어야 했는데, 달빛소년보다는 월하소년이 조금 더 감성적인 것 같더라고요. (웃음)”

월하소년을 통해 문학적인 감성을 자랑한 권현빈. 하지만 왜 그의 감성은 1차 평가무대였던 ‘쏘리쏘리’ 2조에서 발휘되지 않은 것일까.

사진=지수진기자
최고의 조합과 무대로 ‘프로듀스101 시즌2’가 끝난 지금에도 호평을 받고 있는 ‘쏘리쏘리’ 2조의 무대이지만, 한편으로는 높은 완성도만큼 ‘이번 열차는 미안행’이라는 독특한 팀명으로도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남다른 팀명에 팬들 사이 ‘이 같은 작명센스의 주인공은 누구인가’라는 갑론을박이 일었고, 이와 관련해 많은 후보들이 거론 됐다. 이후 두 번째 평가무대에서 ‘겟어글리’(Get Ugly)의 팀명이 ‘남성미 뿜뿜’으로 정해지면서 후보는 강다니엘과 옹성우로 압축됐고, 이후 강다니엘이 속한 ‘열어줘’는 노크(Knock) ‘네버’(Never)가 ‘국민의 아들’로 정해지면서, 팬들 사이 암묵적으로 작명센스의 범인은 옹성우인 것으로 결론이 내려졌었다.

“다니엘형이에요. ‘이번 열차는 미안행’은 다니엘형 아이디어였어요. ‘이번 열차는 미한행’도 그렇고 ‘남성미 뿜뿜’도 다니엘형 일거예요. 먼저 아이디어를 많이 내야 한다면서 다양하게 제시하더라고요. ‘열어줘’ 팀명 보세요. ‘빡! 노크’였잖아요. 처음 듣고 너무 어이가 없는데 웃기더라고요. ‘와, 팀 이름을 어떻게 그렇기 웃기게 짓지?’ 했어요.”

권현빈에게 있어 ‘쏘리쏘리’는 많은 것을 안겨준 무대였었다. 최선을 다해 무대를 소화하면서 많은 박수를 받았지만, 한편으로는 편집으로 인해 한순간에 게으른 이미지를 얻으면서 욕을 먹기도 했던 것이다. 이 같은 사람들의 반응은 21살의 어린 권현빈에게 두려움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실제 첫 번째 경연 이후, 두 번째 경연 무대였던 ‘소나기’에서 유독 위축되고 심하게 떠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많은 이들이 물어보시더라고요. 방송이 된 이후 억울하지는 않았느냐고. 하지만 저만 억울한 부분이 있었던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분명 다른 연습생들도 같은 마음이었던 부분이 있었을 것이고, 또 바라는 부분도 많았을 텐데, 다들 묵묵히 잘 해냈었잖아요. 저도 마찬가지일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어찌됐든 저도 그렇고 다른 이들도 그렇고 결과적으로 잘 마쳤어요. 그게 중요한 게 아닐까 싶어요. 지금 와서 보면 ‘쏘리쏘리’ ‘소나기’ 그리고 ‘아이 노 유 노’까지 만났던 팀원들 모두 다들 좋았어요. 모두 다 배울 점이 많았던 이들이었어요.”

사진=지수진기자
‘소나기’는 권현빈의 감정이 극대화 된 무대였다. 자신의 주 포지션인 랩이 아닌 보컬에 도전했던 권현빈은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소화했을 뿐 아니라, 진솔한 감정과 눈물을 보이며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안겨주었다. 특히 혼자서 읊조리듯 불렀던 ‘우리 이제 안녕’은 국민프로듀서에게 깊은 인상을 안겨주기도 했다.

“계속해서 저를 응원해주는 팬들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감정이 있었어요. 노래를 부르는데 가족 생각도 났었고, 옆에서 도와준 형들도 기억이 났었고…가사를 읊조리면서 되뇌었는데, 가사가 너무 슬프더라고요. 그래서 ‘소나기’를 부르면서 눈물이 났던 것 같아요.”

시련은 권현빈에게 눈물을 주는 동시에, 그가 성장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 마냥 막내와 같았던 권현빈은 두 번의 무대를 소화한 이후 ‘아이 노 유 노’에서 “많은 걸 겪고 왔기 때문에 많은 입장을 내가 대변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리더를 자청한 것이었다. 당시 리더를 지원한 이유에 대해 권현빈은 “솔직히 ‘아이 노 유노’ 팀원 중 제가 제일 많은 실패를 겪었던 사람이었고, 친구들에게 저랑 똑같은 아픔을 겪게 해주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었다.

처음 권현빈의 리더십에 의아함을 보였던 ‘아이 노 유 노’팀이었지만, 그를 리더로 세워주었고,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트레이너였던 가희와 신유미는 리더로 나선 권현빈의 무대를 보며 “현빈이가 리더다. 너무 잘했다. 쟤가 리더를 했어” “파이팅 넘치게 잘 해줬다”고 그의 성장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많은 것들을 겪은 뒤 온 거잖아요. 비록 부족한 실력이지만, 제가 아이들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잘 만들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력적인 면에서 더 배우고 열심히 해야 하는 것은 있지만, 팀을 좋은 쪽으로 이끌고 싶었던 마음이 컸어요. 월하소년 친구들이 정말 저를 잘 따라와 줘서 정말 감사했어요. (웃음)”

잠이 유독 많아 다른 연습생들의 연습량을 따라가기 버거워했던 권현빈은 방송에서 비춰지지는 않았지만 이를 쫓기 위해 끊임없이 에너지드링크를 마셨다. 얼마나 마셨는지 숙소기간 마신 대략적인 에너지드링크의 총 양은 대략 두 박스 정도.

사진=지수진기자
“잠에 대한 트라우마가 심하게 남았었죠. 출근할 때 한 캔 정도 마시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에너지드링크를 마셨는데, 마시다보니 맛있더라고요. 마지막 경연 무대에서 캐리어에다 에너지드링크 두 박스 정도의 양을 채워 갔는데, 정말 다 마시고 왔어요. 그때 에너지드링크를 너무 많이 마셔서, 배탈이 나기도 했었어요.”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그만큼 좋은 경험을 하고 돌아온 권현빈. 앞서 ‘프로듀스101’을 통해 가장 크게 얻은 것으로 ‘사람’을 꼽은 권현빈은 ‘가장 친하게 지낸 연습생은 누구였느냐’는 질문에 “모두 다 친했다”고 말하면서도 “같은 팀이 아니었던 연습생 중 친했던 연습생은 용국이형”이라고 언급했다.

“유독 같은 팀을 했던 사람끼리 친했어요. 같은 팀이 아니면서 친했던 사람은 용국이 형이었는데, 두 번째 포지션 평가 당시 노래는 다르지만 같은 보컬 파트였잖아요. 그때 많이 친해진 것도 있고, 마지막에 결정적으로 저와 형이 21위와 22위로 가장 아쉽게 떨어졌었잖아요. 이러한 부분에서 마음에 맞는 것이 있어 이후 말도 많이 하고, 마지막회 생방송 ‘나야 나’ 무대 맨 뒤에서 옆에 같이 서서 춤도 추고 그랬어요. 용국이 형 성격이 정말 좋아요. 처음에는 낯을 가리셔서 말이 많이 없었는데, 한번 친해지고 나면 정말 말도 많고, 천진난만한 아이 같은 매력이 있어요.”

/서경스타 금빛나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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