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중국 영향인가…상하이 원·위안 거래량 35.8% 증발

5월 거래량 22.7억위안 그쳐

중국 상하이에 개설된 원·위안 직거래 시장 거래액이 3개월 새 35.8%나 증발했다.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른 경제보복으로 우리 기업들의 탈중국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29일 기획재정부·중국외환거래시스템(CFETS) 등에 따르면 5월 현재 상하이 원·위안 직거래 시장 월간 거래액은 22억7,000만위안(약 3,771억원)에 그쳤다. 지난 2월 35억3,500만위안을 기록했지만 석 달 만에 12억6,500만위안(35.8%)이 급감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감소 폭은 더 급격해진다. 지난해 6월 개설된 시장은 8월 8억9,100만달러(약 1조134억원)어치가 거래돼 최고점을 찍었다. 하지만 이후 계속 하락해 12월에는 5억8,900만달러에 그쳤다. 올해 5월 거래량을 달러로 환산하면 3억3,335억달러로 지난해 8월 대비 5억5,765억달러(62.6%)나 감소했다.


상하이 시장에서 거래되는 총 23개 통화 중 원화 거래량 순위도 계속 밀리고 있다. 올해 2월까지만 해도 6위였지만 3월 9위로 밀리더니 이후 8위를 유지하고 있다. 1위는 미국 달러(3조6,914억위안)고 뒤를 이어 유로화가 2위(606억위안), 일본 엔화(308억위안)가 3위다.

외환당국의 한 고위관계자는 “사드 보복으로 중국 비즈니스 의존도를 줄이자는 우리 기업들이 많아진 것이 영향을 미친 듯하다”고 설명했다. 중국 영업을 활발히 하면 당연히 상하이 직거래 시장을 이용해 환전하는 수요가 많아지는데 사드 보복으로 중국 사업을 축소한 결과 직거래 시장 거래량도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실제 중국에서 6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이마트는 최근 중국 시장에서 완전 철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외환당국의 다른 관계자는 “시장 자체가 성숙이 덜 돼 거래량이 줄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상 첫 해외 원화 직거래 시장인 상하이의 거래가 부진하면서 뉴욕·런던·홍콩 등의 원화 직거래 시장 개설과 원화 국제화의 계획도 늦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외환당국은 상하이 직거래 시장이 성공적으로 운영되면 이를 발판으로 뉴욕·런던·홍콩 등지에 원화 직거래 시장 개설을 검토할 방침이었다. 외환당국의 또 다른 관계자는 “상하이 시장 거래량이 줄면서 뉴욕 등지에 원·달러 시장 개설도 오랜 시간을 갖고 추진해야 할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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