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종금증권이 대규모 자금조달을 통해 자기자본을 3조원으로 늘려 대형 투자은행(IB)으로 발돋움한다. 발 빠르게 몸집을 키워 오는 2020년 종합금융업(종금) 라이선스 만료에 선제대응하고 국내 증권 업계 대형화 경쟁에도 뒤처지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늘어난 자기자본을 기반으로 사업을 다각화해 기업금융 경쟁력을 더욱 키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9일 메리츠종금증권은 총 7,480억원의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신주는 모두 전환상환우선주(RCPS)로 9,010만여주를 발행한다. 발행가액은 주당 4,600원과 9,220원 두 종류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지난 2015년 아이엠투자증권을 인수해 자기자본 1조원을 넘긴 후 유상증자, 메리츠캐피탈 자회사 편입 등을 통해 몸집을 키워왔다. 지난 1·4분기 기준 자기자본은 1조8,931억원으로 메리츠캐피탈 자회사 편입 효과까지 합산하면 2조3,012억원에 이른다. 이번 증자가 완료되면 3조913억원까지 불어나 대형 IB 기준을 충족하게 된다. 현재 이 자격을 갖춘 증권사는 미래에셋대우(006800)·NH투자증권(005940)·KB증권 등 6곳이다.
대형 IB가 되면 기업 신용공여(대출)와 프라임브로커리지(헤지펀드 전담 중개·대출·상담) 등의 사업을 할 수 있다. 또 자기자본 증가로 금융당국의 레버리지 비율(총자산/총자본) 규제로 제한된 파생상품 판매량을 늘릴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메리츠종금 관계자는 “보통주가 아닌 RCPS 발행이 기존 주주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판단했다”며 “금융당국과 협의를 통해 대형 IB 인가를 받은 뒤 기업금융 부문에 더욱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2020년 종금 라이선스 만료를 앞두고 일찌감치 자본을 확충하면서 기업금융 여력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종금 라이선스를 활용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에 집중했던 만큼 자격 소멸을 앞두고 강력한 자금조달 수단을 잃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유승창 KB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업종 내 최고 수준의 기업 경쟁력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해부터 계속된 자본 확충으로 종금 라이선스 소멸에 따른 기업금융 자산의 변동성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