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비트코인 현상, 블록체인 2.0] 탐욕의 포로 된 '가상화폐'

■마이클 케이시 외 지음, 미래의창 펴냄
2010년 피자 두판 값어치
7년만에 300억원으로 껑충
탈중앙집권적 비전 탄생부터
널뛰는 가격·투기상품 논란까지
비트코인 개념·발전과정 풀어

■마이클 케이시 외 지음, 미래의창 펴냄

우리나라에 디지털 가상화폐에 대한 경보음이 커지고 있다. 그 중심에 비트코인이 있다. 지난 6월 28일 오전 한국 소재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서의 비트코인 거래량은 22만7,643BTC(비트코인 거래단위)로 ‘가상화폐 거래량 세계1위’(점유율 12%)에 올랐다. 기현상이다. 빗썸 관계자조차도 “최근 이상 과열 현상이 유독 한국에서만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을 정도다. 비트코인 가격도 올해 초 100만원 수준에서 5개월만에 460만원대로 최고점을 찍었다가 최근 다시 300만원대로 주저앉는 등 널을 뛰고 있다.

이같은 비트코인 투자 과열의 와중에 출간된 ‘비트코인 현상, 블록체인 2.0’은 디지털 가상화폐 비트코인과 비트코인 거래장부(帳簿) 블록체인의 안내서다. 월스트리트저널의 칼럼니스트인 두 저자는 비트코인의 태동에서 현재까지의 발전과정, 가상화폐에 대한 논란 등을 비교적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비트코인은 2008년 10월31일 뉴욕시간 오후 2시10분 사토시 나카모토의 이메일 전송과 함께 존재를 드러냈다. 수백명의 암호학 전문가 등에게 보낸 메일에서 나카모토는 “신뢰할 만한 제3자 중개인이 전혀 필요 없는, 완전히 당사자간 1대 1로 운영되는 새로운 전자통화시스템을 개발했다”고 썼다. 이 통화시스템이 바로 비트코인이다. 또한 나카모토는 비트코인에서 중추신경계 역할을 하는 원장 시스템 블록체인을 만들었다.


비트코인의 첫 결제는 2010년 5월21일 라슬로라는 사람이 비트코인을 내고 피자를 주문해 먹음으로써 이뤄졌다. 라슬로는 비트코인 온라인 모임에 “피자 라지 두 판에 1만 비트코인을 내겠다”고 썼고, 이 글을 본 닉네임 ‘저코스’가 파파존스 피자를 신용카드로 결제해 라슬로에게 배달시켜주고, 라슬로가 해당 금액을 비트코인으로 저코스에게 송금함으로써 결제가 이뤄졌다. 놀라운 것은 당시 라슬로가 피자 두 판에 지불한 비트코인을 2017년 5월 시장 가격으로 따진다면 무려 300억원에 달한다는 점이다.

비트코인은 탈중앙집권적이고 정부가 없으며 암호화돼 있다. 태동 자체가 네트워크화된 사회를 유토피아로 보는 아나키스트적 비전에서 비롯됐다. 초기 비트코인의 성장이 주로 금융독점에 격분한 젊은 IT 전문가들에 의해 주도된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그러나 돈벌이에 대한 탐욕이 비트코인에 끼어들면서 상황은 돌변했다. 비트코인 붐이 일면서 미국의 샌프란시스코는 디지털 골드러시의 진원지가 됐다. 마치 1848년 미국 서터스밀에서 금광이 발견되자 일확천금을 노리는 이들로 북새통을 이뤘듯이 지금 샌프란시스코에는 비트코인으로 한몫 잡으려는 이들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여전히 비트코인은 생소하고 난해하다. 따라서 비트코인에 대한 이해는 처음엔 무시하고 의심을 품었다가 호기심을 갖게 되고, 비로소 그에 대한 믿음이 생겨 마침내는 가상화폐의 존재를 수용하게 되는 5단계를 밟을 수 밖에 없다고 이 책은 주장한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지금 어디에 속해 있나? 하지만 탈중앙집권적 비전은 사라진 채 탐욕만이 들끓고 있는 지금의 비트코인이라면 부질없을 뿐 아니라 위험한 질문일 수 있다.

그보다는 지금은 금융감독원의 ‘가상통화 투자시 주의사항 5가지’를 명심하는 편이 좋겠다. 첫째 가상통화는 법정화폐가 아니다. 둘째 가상통화는 가치급락으로 인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셋째 다단계 유사코인은 사기일 수 있다. 넷째 언제든 해킹당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다섯째 가상통화 취급업자의 안정성에 유의해야 한다. 비트코인 투자자라면 하나같이 가슴에 새겨야 할 지적들이다. 유독 비트코인 과열이 심한 한국이기에 더욱 그렇다. 1만9,000원

/문성진 문화레저부장 hns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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