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머니] 순혈주의 타파...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100일간의 실험'

"디지털금융 시대 경쟁력 강화" 빅데이터 전문가 등 잇단 영입
일각 "내부서 강한 견제" 관측 속 "좀 더 지켜봐야" 전망도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사진제공=신한금융


지난 4월 신한금융지주는 조영서 베인앤드컴퍼니 대표를 지주 디지털전략팀 본부장으로 전격 영입했다. 보수적인 금융권에서 순혈주의가 강하기로 소문난 신한금융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파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실제 조 본부장은 신한금융연구소 임병철 상무에 이은 두 번째 외부 인사다. 그만큼 신한금융 내부에서는 외부 인사가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 같은 순혈주의를 깨고 나선 것은 지난 3월25일 취임한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다. 조 회장은 1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다.


30일 은행권에 따르면 초 회장 취임 이후 외부 인사인 조영서 본부장을 금융지주로 파격 발탁한 데 이어 은행에도 최근 빅데이터 전문가인 김철기 한국금융연수원 교수를 빅데이터센터 본부장으로 영입했다. 신한카드에는 인공지능(AI)랩을 신설하고 카카오 출신의 AI 전문가 박승택 랩장을 영입했다.

조 회장이 외부인사를 잇달아 발탁하며 순혈주의 파괴 실험에 나선 것은 금융업이 과거와 달리 모바일 등 디지털로 급변하고 있고, 금융과 기술이 융합돼 핀테크가 급성장하는 상황에서 순혈주의로는 더 이상의 경쟁력을 기대할 수 없다는 생각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은 “로마 제국이 오랜 역사를 이어올 수 있었던 이유는 개방성과 수행성, 도전과 혁신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로마제국이 번성하는데 순혈주의를 배척한 점이 중요 요인으로 작용했음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런 이유로 신한금융 역시 미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순혈주의 타파 실험에 나선 것이라는 평가다. 조영서 본부장도 처음에는 신한의 순혈주의에 이직을 망설였지만, 조 회장의 삼고초려 끝에 신한 행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은 사석에서도 “금융의 경쟁자가 경쟁 금융사가 아닌 정보통신기술(ICT) 업체가 된 하이브리드 시대에 더 이상 내부 순혈주의로는 경쟁력이 없다”는 소신을 강하게 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후발주자였던 신한금융이 지난 9년간 업계 1위를 수성할 수 있었던 근본적인 힘은 군대와 같은 일사불란함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순혈주의에서 나온 조직원의 충성도가 그만큼 강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급변하는 금융환경과 핀테크 확산 등으로 이제는 순혈주의가 오히려 조직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면서 조 회장이 이 같은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시중은행간 투자금융(IB)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순혈주의로는 경쟁력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은행과 카드, 생명 등 계열사에 흩어져 있던 투자금융(IB) 부문을 한데 묶어 글로벌 투자은행 그룹(GIB)으로 가장 빨리 전환한 것도 조 회장의 과감한 선택이라는 평가다. 은행권 관계자는 “신한 분위기를 보면 그동안 1등 지위에 만족해하면서 새로운 실험적인 시도나 내부 긴장감이 떨어져 있는 게 사실”이라며 “원래의 조직역량을 드러내려면 상당한 외부 자극이 주어지는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 회장의 이 같은 실험에도 불구하고 GIB부문장에 내부 출신인 이동환 신한데이터시스템 사장을 낙점한 것을 두고 조 회장의 순혈 타파 실험이 내부에서 강한 견제를 받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또 신한금융 회장과 신한은행장·신한카드 사장 등 신한의 핵심 인사에 모두 특정 대학 출신이 포진한 것도 순혈주의 타파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오랜 시간 순혈주의를 고집해온 만큼 외부 출신이 들어오더라도 내부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 또 실제로 더 나은 결과를 낳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보리·이주원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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