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 캠페인-제발, 이것만은 바꿉시다] 700만원짜리 호텔 돌잔치도 예약은 '별따기'

<9>'허례허식' 과시용 돌잔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사는 직장인 김모(34)씨는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옥에서 첫아이인 딸의 돌잔치를 치렀다. ‘좋은 게 좋다’는 생각으로 아낌없이 돌잔치를 준비하다 보니 비용은 어느새 500만원을 훌쩍 넘겼다. ‘작은 돌잔치’를 할 생각으로 30명만 초대했지만 식대 8만원(1인당), 돌상 60만원, 스냅 60만원, 영상 40만원, 아이 한복 90만원에 답례품으로 30만원을 지출해 총 520만원가량이 들었다. 김씨는 “막상 돌잔치가 끝나니 ‘비용을 더 줄일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서울 시내 고급호텔의 경우 돌잔치를 예약하려면 최소 3개월 전부터 대기해야 한다. 비용도 700만원이 훌쩍 넘지만 원하는 장소와 시간으로 예약하기란 ‘하늘에 별 따기’다.


겉치레보다 실속을 챙기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지만 여전히 돌잔치에 과다한 비용을 지출하는 가정이 많은 게 현실이다. 육아정책연구소가 임신·출산기부터 초등학생 자녀가 있는 1,202가구를 대상으로 최근 조사한 ‘육아문화 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첫째 자녀의 돌잔치 비용은 평균 260만원이다. 첫 아이의 돌잔치에 400만원 이상을 지출하는 가구도 19.9%에 달했다.

돌잔치 초대손님도 작은 돌잔치와는 거리가 멀다. 91.7%가량이 50명 이상을 불러 중대형 규모의 돌잔치를 치르고 있었으며 100명 이상을 초대하는 경우도 39.1%에 달했다.

김혜진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원은 “비용 문제를 떠나 의미를 강조하고 허례허식을 줄이는 방향으로 돌잔치 문화가 나아가야 한다”며 “불필요한 비용을 줄여 그 돈으로 여행을 가거나 기부를 하는 등의 여러 대안을 정부나 사회가 부모들에게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수연기자 div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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