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 뒤집어보기]같은 전략, 다른 결과에 웃다가 운 경매 시장



#작년 9월 거듭된 유찰로 매각에 난항을 겪던 서울 서대문구 동교동에 위치한 ‘옛 린나이빌딩(현 사루비아빌딩)’ 네 번째 경매에서 2순위 채권자인 대성프라퍼티가 참여해 438억원으로 낙찰을 받았다. 당시 대성프라퍼티는 2위 업체가 써낸 금액 361억원에 비해 약 80억원을 더 써냈다. 하지만 당시 대성프라퍼티가 잔금을 납부할 거라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2순위 채권자이자 최대채권자인 대성프라퍼티가 저가 낙찰에 따른 손해를 줄이기 위해 입찰에 참여한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실제 대성프라퍼티는 잔금을 내지 않았고, 다섯 번의 경매 끝에 새 주인을 찾았다. 작년 11월 15일에 실시된 다섯 번째 경매에는 ㈜마스터자동차관리가 463억 3,300만원을 써내 낙찰을 받았고, 잔금을 지급했다.

서울 홍대 동교동삼거리에 위치한 옛 린나이빌딩 전경. /서울경제DB


‘신의 한 수’로 100억원 손실 줄인 대성프라퍼티

‘옛 린나이빌딩’ 경매 입찰에 직접 참여해 가격 가이드라인 제시…원하는 가격에 팔아


당시 이 같은 대성프라퍼티의 전략은 부동산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채권자가 저가 낙찰에 따른 손해를 줄이기 위해 경매에 직접 참여해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는 가격을 제시하고, 결국 손실을 줄이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만약 대성프라퍼티가 경매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옛 린나이빌딩은 네 번째 경매에서 2위 업체가 써낸 금액 361억원에 낙찰됐을 것이다. 이는 마스터자동차관리가 써낸 금액과 비교하면 약 100억원 정도 낮은 수준이다. 당시 대성프라퍼티가 경매 입찰에 참여해 낙찰가를 100억원 정도 올린 전략은 신의 한 수가 됐다.

서울 중구 을지로에 위치한 아카시아호텔/사진제공=지지옥션


같은 전략, 다른 결과…아카시아호텔 매각에서는 실패, 왜(?)

사드 사태 여파로 중국 관광객 급감, 호텔 시장 악화가 원인

그런데 불과 반 년 만에 대성프라퍼티의 처지가 바꼈다. 이번에도 같은 전략으로 경매 입찰에 참여했지만 끝내 저가 낙찰을 막지 못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서울 중구 을지로에 위치한 ‘아카시아호텔’ 경매 입찰에서는 245억원의 금액을 써낸 ㈜전원이앤씨가 낙찰을 받았다. 이에 앞서 채권자인 대성프라퍼티는 옛 린나이빌딩과 마찬가지로 계속된 유찰로 낙찰가가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작년 10월 아카시아호텔 경매 입찰에 직접 참여한 바 있다. 당시 대성프라퍼티는 348억원에 낙찰을 받았으며. 2위는 345억원을 써냈다. 이후 대성프라퍼티는 잔금을 내지 않았고, 이번에 다시 경매 입찰을 진행한 끝에 결국 245억원에 낙찰자가 결정됐다. 대성프라퍼티는 옛 린나이빌딩과 같은 전략으로 아카시아호텔 경매에 접근했지만 결과는 사뭇 달랐다. 옛 린나이빌딩 매각 과정에서는 100억원의 손실을 보존했지만, 이번에는 자신들이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했던 가격에 비해 100억원 낮은 가격에 낙찰자가 결정됐다.

이처럼 상반된 결과가 나타나게 된 것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사태 여파로 호텔 시장이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이창동 지지옥션 연구원은 “사드 사태 이후 중국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호텔 시장이 얼어붙어 채권자가 원하는 방향대로 경매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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