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철들지 못하는 보편적인 수컷들이 남긴 찌질의 역사가 담긴 뮤지컬 ‘찌질의 역사’의 처음과 마지막은 이문세의 노래로 잘 알려진 ‘알 수 없는 인생’이 장식한다.
사랑과 이별의 찌질함을 온 몸 구석 구석에 장착한 주인공 서민기로 열연 중인 배우 박시환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곡 배치다.
배우 박시환 /사진=조은정 기자
“곡 분위기나 내용 자체가 저희 작품의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어요. 지나고 난 뒤에 생각해보는 나의 인생이란 게 ‘찌질의 역사’랑 닮아있더라구요. 치기어린 과거를 통해 자기를 성찰해가는 게 청춘이잖아요. 오프닝이랑 엔딩이 많이들 좋다고 해주셔서 기분이 좋습니다.”현재 대학로 수현재 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창작뮤지컬 ‘찌질의 역사’(안재승 연출)는 발암캐릭터 ‘서민기’와 그의 친구들의 연애 흑역사를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표현하며 관객들에게 공감과 웃음을 이끌어 내는 코믹 작품. 김풍 작가가 글을 쓰고 만화가 심윤수가 그린 웹툰 ‘찌질의 역사’를 원작으로 한다. 뮤지컬 ‘명성황후’ ‘영웅’ 등을 제작한 ㈜에이콤(대표 윤호진)이 야심차게 선보이는 2017년 신작.
드라마 속 멋진 남주의 연애는 눈씻고 찾아볼 수 있다. 제목 그대로 찌질의 역사만을 써내려가는 우리의 주인공 민기는 동갑내기인 미모의 사차원 동기 ‘권설하’에게는 첫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연상의 완벽한 여자 ‘윤설하’와는 첫 연애를 시작한다. 민기를 위해 이름까지 바꿀 정도로 충동적인 여자친구 ‘최설하’와의 연애도 여전히 서툴기만 하다. 3명의 설하와 설익은 연애만 하는 남자 주인공에 관객들은 ‘키득 키득’ 공감의 웃음을 보낸다.
“관객 반응을 살펴보면 ‘생각보다 재밌다’라는 말이 많다. 장내 관객 호응도 정말 좋다. 남녀 관객 반응이 다른데 거기에 에너지를 많이 받는다. 그게 공연의 묘미인 것 같다”
“남자라면 여자친구에게 한번쯤 해 본 적 있는 에피소드가 많아요. 80바이트 문자 보낸 신에서 누군간 ‘소름 돋는다’고 반응을 하기도 했어요. 사귀었던 사람과 경험이 있는지, 몇 번 잤는지 등을 묻는 자아면등에서도 야유의 목소리가 커져요. 저희 공연을 보고 커플들이 싸우시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잠시 너무 즐겁게 관람해주고 계세요. 연애를 배우고자 하는 분, 이미 연애를 하고 있는 분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뮤지컬이라고 자부합니다.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걸 제대로 알려주고 있으니까요.(웃음)”
연애에는 서툴지만 감정을 표출하는 타입의 ‘민기’와 박시환은 얼마만큼 닮아있을까? 감정을 안으로 삭히는 타입이라 ‘민기화’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고 한다. 게다가 생애 첫 키스 신까지 소화해야 했던 박시환은 다소 두려움이 앞섰다.
“사실 맨 정신으론 못해요. 민기 같은 경우는 감정을 바로 바로 표출하는 타입 인데, 그 점이 저랑 너무 달라요. 극적인 민기 2명(박정원 강영석)이 있어서 그 배우들이 하는 걸 보면서 조금씩 제 것으로 만들어갔어요.”
“키스신은 처음은 아닌데, 제대로 하는 건 처음입니다. 이 앞번에 뮤직비디오를 찍을 때도 키스신이 있었는데, 상대역이 10대라 ‘아우 내가 죄송스럽다.’고 하면서 살짝 빛에 가려지는 것 하는 것처럼 넘겼던 기억이 나요. 이번에는 처음으로 진짜? 키스신을 하게 됐어요. 연습하면서도 ‘이거 해야되죠?’라고 재차 소심하게 묻기도 했어요. 강영석이는 ‘난 막 할거야’ 라고 언질을 해놓고 하던걸요. 하하. 여배우와의 호흡이요? 두 배우가 달라요. 정재은 배우는 한번 깔끔하게 깊게 한다면, 김히어라 배우는 이렇게 한번, 저렇게 한번으로 해요.(웃음)”
지난 2013년 Mnet ‘슈퍼스타K5’에서 준우승을 하며 데뷔한 박시환은 어느덧 데뷔 4년차 가수겸 배우가 됐다. JTBC 드라마 ‘송곳’, 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 ‘마이버킷리스트’ 등으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는 중이다.
배우 박시환
배우 박시환
뮤지컬 배우로 성장 중인 박시환은 “이번 작품은 혼자 소화해내야 하는 장면들이 많아 체력적으로 힘들다”고 말했다.
“‘총각네 야채가게 ’ 때는 실수해도 다른 5명의 동료들이 커버해주는 게 있어서 큰 부담은 없었어요. 2인극 ‘마이 버킷 리스트’ 땐 흐름을 단 둘이서 만들어야 하니까, 감정선이 깨지지 않게 신경 썼어요. 2인극은 계속 채워가야 해서 힘든건데, 이번 작품은 같이 하는 거긴 한데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어요.“
부모님은 아들의 뮤지컬 무대를 보며 ‘열심히 하더라’ 며 계속 응원을 했다고 한다. 또한 3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팬들이 홍삼을 준비해주며 체력이 지치지 않게 도움을 줬다고 했다.
“무대가 너무 더워 땀이 많이 나요. 특히 1막 중간까지 그 타이밍땐 호흡 곤란까지 올 정도로 힘들어요. 부모님과 팬들의 응원 덕분에 더욱 힘을 내서 하고 있어요. 팬분들에겐 늘 감사하죠. 제가 받는 사랑에 대해서 노래로 혹은 공연으로 보답해야 하는 건 당연한 거잖아요. 그 외에도 늘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고 싶은 게 제 마음입니다. 사진을 잘 안 찍는 편인데, 사진을 찍어 올리는 SNS 활동도 해요. 제가 잠시 쉬거나 하고 있으면 제 소식을 궁금해 하는 걸 알기 때문에 더더욱이요.”
뮤지컬 배우 박시환 보다는 ‘가수 박시환’이 더 익숙하다. 그는 가수는 “제가 되고 싶었던 것”이고, 배우는 “천천히 따라가고 있는 직업”이다고 소개했다. 이어 “뮤지컬 배우로서 도전하고 싶은 작품이 많다” 며 눈빛을 빛냈다.
“배우 박시환으로 소개하는 건 아직까지 자연스럽진 않아요. 아직까지 죄송한 마음이달까요. 제 입으로 가수라고 말 하는 건 기분 좋게 해요. 가수 자체는 제가 되고 싶었던 직업이었어요. 배우는...아직은 부족해서 뒤따라 가고 있는 직업 중에 하나죠. 배우라는 직업이 부끄럽거나 하진 않은데 임하는 자세가 그렇다는 의미입니다.”
“이제 세 번째 뮤지컬 작업을 하고 있어요. 작품 수에 따라 결정되는 건 아니라는 것 알고 있어요. 나 스스로도 뮤지컬 배우로서 잘 했다고 하면, 시간이 얼마나 걸려야 할지 모르겠어요. 캐릭터적으론 좀 더 다크한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드라마 ‘송곳’ 할 때도 김석윤 감독님이 사이코패스 역할을 해봐야 한다고 말씀 해주셨어요. 너 같은 애들이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다가 칼로 찌르면 느낌이 다를 것 같다면서. 해보고 싶은 뮤지컬은 ‘트레이스 유’, ‘헤드윅’이요. 이야기 들어보니, 뮤지컬 ‘엘리자벳’ 죽음 역도 관심이 가는걸요.”
박시환은 인터뷰 중간 중간 칭찬의 말을 던지면,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며 화답했다. 그의 답이 단순한 너스레로 들리지 않는 건 그의 노력하는 자세는 이미 객석에 전달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진중한 성격이라기 보다는 재미있는 면이 반반씩 섞여 있는 것 같아요. 평소에 생각은 많은 편인 것 같아요. 가볍게 이야기하다 자아성찰도 곧잘 하는 편입니다.(웃음) 연기에 임하는 자세가 제가 대단한 배우가 되고 싶다기 보다는, 누구에게 피해가 되기 싫다는 마음이 커요.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자연스럽게 융화가 되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다른 배우 분들이 저를 신경쓰지 않고 연기할 수 있을 때 제 스스로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할 듯 해요. 또 그게 제 캐릭터로 보이게끔 하는 게 제 과제인 것 같아요.”
배우 박시환
배우 박시환
박시환은 지난 1월 ‘난로 콘서트’ 성료 후 2017 김광석 다시 부르기 콘서트 등으로 콘서트 활동을 이어왔다. 이후 오는 7월 15일 대구 봉산문화회관에서 단독 콘서트를 갖는다. 발라드 가수의 이미지였던 박시환이 3인조 어쿠스틱 팝 밴드 빨간의자 보컬 정수경, 피아노 강주은 외 실력 있는 젊은 연주가들로 구성해 어쿠스틱 하며 가볍고 밝은 분위기로 곡을 편곡해 무대를 채울 예정이다. 그는 “팬 분들에게 주는 선물 같은 느낌으로 콘서트 프로그램을 구성했다”고 전했다. “기쁘고 즐거운 곡을 많이 넣으려고 했는데, 제 곡이 워낙 발라드가 많더라구요. 분위기가 슬픈 쪽으로 흐르지 않게 기존의 곡을 편곡해서 즐거운 느낌으로 가져가려고 해요. 시작이 대구인데 더운 곳이잖아요. 콘서트에 오시는 분들을 시원하게 해드리고 싶어요.”
박시환이란 이름은 미소와 함께 기억되는 이름이 될 듯 하다. 만나는 이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전달하는 그 답게, 박시환은 “제 이름이 누군가의 입에서 오르내릴 때 ‘아 박시환’ 하고 미소가 지어지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라는 바람을 밝혔다.
“어떤 가수, 어떤 배우라는 이미지보다는 제 이름을 듣고 웃어주셨으면 좋겠어요. 누군가의 입에서 재미로라도 나올 수 있다면 행복하겠어요. ‘찌질의 역사’ 민기처럼 ‘병신’이요? 그것도 좋습니다. 그러면서 전 콘서트에게 슬픈 발라드를 부르고 있겠죠. 하하”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