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지난 2011년 한미 FTA 발효 이후 양국 교역의 손익계산서를 따져보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2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11년 562억1,000만달러였던 한국의 대미 상품 수출은 지난해 664억6,000만달러까지 늘었다. 연평균 3.4%의 증가율이다. 같은 기간 한국의 전체 수출이 연평균 2.3%씩 감소했던 것을 감안하면 한미 FTA 효과가 상대적으로 컸던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은 자동차와 서비스에서 크게 이득을 봤다. 2011년 3억8,000만달러에 불과했던 한국의 미국산 자동차 수입 규모는 2016년 17억4,000만달러로 증가했다. 연평균 성장률은 35.5%. 서비스 수입도 같은 기간 268억2,000만달러에서 289억3,000만달러로 증가했다. 양국 간 이익의 균형이 맞아떨어지다 보니 교역 규모도 커졌다. FTA 협정 발효 이후 연평균 성장세가 1.7%였다. 같은 기간 글로벌 교역 규모가 연평균 2% 줄어든 것과는 대조적이다.
문제는 미국의 무역적자였다. 미국의 한국에 대한 무역적자는 2011년 116억4,000만달러에서 2015년 258억1,000만달러로 121.7%나 급증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 FTA 재협상의 근거로 제시하는 논거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무역적자의 겉보다는 속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FTA 체결 이후 우리 기업은 미국에 공장 건설 등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실제로 우리 기업의 대미 투자는 FTA 협정 체결 이전 22억달러(2009~2011년 연평균)에서 57억달러(2012~2015년 연평균)로 3배나 급증했다.
더구나 미국의 무역적자 폭이 커진 것은 한국 기업들이 미국 내 생산을 위해 중간재를 한국에서 들여온 것이 주요 원인이었다. 실제로 2016년 대미 상품무역흑자 233억달러 중 자동차 관련 산업을 빼면 흑자는 35억달러로 쪼그라든다. 더욱이 미국 경제분석국(BEA)에 따르면 이들 제품 가운데 열에 여덟은 국경은 넘지만 사실상 계열사 간 이뤄지는 ‘내부거래’다. 무역수지 흑자가 ‘착시효과’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익 불균형’의 주범으로 꼽고 있는 자동차와 철강 업계도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미국의 경우 자동차 관세가 2.5%에 불과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자동차 관세가 8%였다. FTA로 인한 무관세 혜택은 미국 자동차 업계가 더 크게 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시욱 한국개발연구원(KDI) 정책대학원 교수는 “무역흑자가 크다고 하지만 대부분이 글로벌 기업의 기업 내 수출이고 우리 국민경제에 큰 과실이 떨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미국 측에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