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FTA 재협상 합의는 없었다”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장에서는 FTA 발언을 극도로 자제하다가 공동 언론발표와 트윗을 통해 재협상의 정당성과 필요성을 언급하는 등 치밀한 FTA 발언을 쏟아냈다.
결국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한미 FTA 재협상 절차를 개시하라며 한국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한미 FTA 재협상의 시기와 내용을 놓고 양국이 갈등과 충돌을 빚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1일(현지시각) 귀국에 앞서 백악관 영빈관인 블레어하우스에서 워싱턴특파원단과 간담회를 갖고 “(한미 FTA 재협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하지 않은 내용을 이야기하신 것”이라며 “이는 합의 외의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이어 “정상회담 과정에서 한미 FTA가 상호 호혜적이라는 데 공감대가 있었다”면서 (미국 측이) 관세외장벽을 이야기한다면 실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FTA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분석·평가해보자고 역제안을 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은 사뭇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문 대통령과 함께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미국 노동자와 기업들, 특히 자동차 업체들이 한국과의 거래에서 공평한 대접을 받을 수 있도록 평평한 운동장을 만들겠다는 문 대통령의 말씀에 (나는) 고무됐다”며 “한미 FTA는 앞으로 매우 다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은 양국 정상회담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 재협상 절차를 시작하라고 미 USTR에 직접 지시했다고 발표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한미 FTA 관련 질문에 “대통령 지시에 따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가 협정의 재협상과 수정절차를 개시하기 위한 특별 공동위원회 개최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는 미국의 진의를 면밀히 파악해 대응 방침을 마련하기로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날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FTA 재협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정상회담 후 채택한 공동선언문에도 ‘양국 간 교역 불균형 해소 노력’만 언급됐을 뿐 다른 내용은 없다”고 설명했다.
/워싱턴DC=민병권기자 박형윤기자 newsroo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