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인터뷰②]송일국, “철 없던 20대 지우고 싶어...삼둥이들은 저처럼 안 되길”

“철 없던 제 20대 시절을 지우고 싶어요. 저 같은 아들이 나올까봐 아들은 안 낳고 싶었는데 아들이 셋이나 생겼어요. 우리 아이들(대한 민국 만세)는 저처럼 안 될 것 같아 걱정을 덜었어요.”

“20대 때는 답이 안 나올 정도로 지질한 사람이었다”고 밝힌 송일국은 20대 때만 해도 최고의 아버지, 최고의 남편으로 비춰지는 현재와는 괴리감이 있었다고 한다. 철들지 않았으면 현재 연극 속에서 열연 중인 전형적인 미셀로 살고 있었을 정도라고.

“제가 전혀 그런 사람이 아닌데 ‘슈퍼맨이 돌아왔다’ 에 출연하면서 대외적인 이미지가 그렇게 포장된 거예요. 어렸을 땐 무던히도 어머니 속을 많이 썩였어요. 공부 안 한 건 기본이고요. 오죽하면 학교도 오래 다니고 그랬거든요.”

배우 송일국이 27일 오후 서울 서초동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진행된 연극 ‘대학살의 신’ 프레스콜에서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사진=조은정 기자
송일국은 연극 ‘대학살의 신’에서 자수성가한 생활용품 도매상으로 아내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공처가이자 중립을 지키는 평화주의자 ‘미셸’ 로 열연 중이다.

자녀들의 학교 폭력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 고상하고 예의 바르게 시작했던 가해자 부모 알렝-아네뜨와 피해자 부모 미셸-베로니끄의 만남은 대화를 거듭할수록 유치찬란한 설전으로 바뀌고 곧 진흙탕 싸움으로 치닫게 된다.

네 명의 주인공 모두 ‘모순’이란 단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남들의 시선을 의식해 교양이라는 가면을 쓰고 살고 있는 이들의 민낯이 보여지는 순간 ‘뜨끔’하면서도 공감의 웃음이 터져나온다. 그럼에도 송일국은 “미셸도 나쁘지만, 진짜 나쁜 놈은 알랭이다”고 꼬집는다.

“(자기 자식이)남의 아이 이빨을 부러뜨려 놓고선 집에 와서 핸드폰을 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알랭이 진짜 나쁜 남자죠. 작품을 관통하는 게 ‘모순’입니다. 누구나 모순된 점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해요. 정도의 차이일 뿐이죠. 작품을 보면서 비슷한 부분을 발견하게 되고 , 그런 부분을 반성하게 되는 연극입니다.”

이야기는 곧 학교 폭력 이야기로 이어졌다. 삼둥이가 맞고 들어온다면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에 송일국은 “그런 일이 안 일어나게 살아야겠죠.”라고 답했다.


“학교 폭력 문제가 최근에도 떠들썩했잖아요. jtbc ‘발효가족’을 할 때, 감독님이 제가 아들 셋을 둔 아빠라고 하자, 아들 둔 아빠라면 피해자 부모에게 빌 줄도 알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정말 남일 같지 않던걸요. 동갑내기 셋이니까 어디가서 맞고 들어오진 않을 듯 한데,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기도하며 살아야겠죠.”

배우 송일국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서경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배우 송일국, 이지하가 27일 오후 서울 서초동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진행된 연극 ‘대학살의 신’ 프레스콜에서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연극 후반부에서 송일국은 아내인 베로니끄(이지하 분)와 치고 받는 몸싸움까지 벌이며 무대 위에서 뜨거운 에너지를 분출해 낸다. 이를 놓고 그는 “속이 다 시원하다”며 호탕하게 웃는다.

“누구의 남편, 누구의 아빠, 이렇게 쌓여있던 포장지를 연극하면서 벗겨낸 것 같아요. 이 작품을 하면서 속이 다 시원해요. 제 안에 감춰져 있던 걸 벗겨내고 있는 것 같아 더 재미있네요.”

그도 그럴것이 송일국은 지금까지 아내와 살면서 한 번도 부부 싸움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화나면 더욱 극존칭을 쓴 까닭에 소리치고 싸운 적도 물론 없단다. 철 없던 20대와 달리 성숙해진 30대와 40대를 지나며 송일국의 인생 목표는 늘 한결 같았다. 바로 아내에게 좋은 남편, 자식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 제 일에 충실한 사람이다.

“철들고 인식도 바뀌고 그런 면에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내가 꾸린 가정이 행복하게 사는 모습으로 돌려드리는 게 저희를 사랑해주시는 분들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해요. 그 기본을 지키려고 살려고 해요. ”

송일국은 삼둥이 아빠로 불리는 현재도, 당당하게 배우 송일국으로 불릴 미래도 모두 좋다며 다시 한번 아들 바보 면모를 내보였다. “대한이랑 민국이 키가 2cm 차이나고, 민국이랑 만세가 2cm차이가 나요. 대한이가 만세보다 4센티가 더 큰 거죠. 쌍둥이가 그러기 쉽지 않은데, 키 차이가 나는 걸 보면 신기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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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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