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현재 상황은 이런 찬사와 거리가 멀다. 도시의 출퇴근 풍경을 바꿀 것이란 예상과 달리 일부 마니아 계층이나 특수한 상황에서만 사용되는 운송 수단으로 전락했다. 미국 경제잡지 비즈니스2.0은 이 제품을 아예 ‘역대 5대 실패 상품’ 중 하나로 꼽았다.
왜 그랬을까. 단순히 비싼 가격 때문만은 아니었다. 가격이란 것은 기술 발전과 더불어 대량 생산이 이뤄지면 충분이 낮출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그것도 어려웠던 것은 대중화 자체가 안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실패이유를 이렇게 분석한다. 우선 신기술 제품인 세그웨이가 사람들에게 왜 필요한지를 설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 과거의 성공에 취해 소비자의 시각을 무시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딘 카멘이 이미 휴대용 인슐린 펌프 등을 발명해 갑부반열에 오른 터여서 신기술의 제품만 개발하면 성공할 것이라는 착각에 빠졌다는 것이다.
과연 소비자들이 양복을 입고 넥타이를 맨 채 세그웨이를 타고 출근할 것인지, 이를 얼마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것인지, 아니면 우스꽝스러워 해 구매를 기피하지는 않을 것인지 등등에 대한 고민이 적었다는 분석이다. 신기술의 좋은 제품만 내놓으면 잘 팔릴 것이라는 이른바 ‘좋은 쥐덫의 오류’에 빠졌다는 얘기다.
이 말은 미국 시인 에머슨이 “좋은 쥐덫을 만들면 사람들이 당신 문 앞까지 길을 내어 찾아올 것”이라며 제품 성능의 중요성을 표현한데서 유래한다. 하지만 아무리 성능이 좋더라도 소비자가 선택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모토롤라가 전 세계를 단말기 하나로 통화할 수 있는 이리듐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가 높은 단말기 값과 통화료 때문에 100억 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입은 것도 마찬가지다.
이런 오류는 기업뿐 아니라 우리의 일상사에서도 수없이 발생한다. 우리의 창업시장 구조가 수없이 생겨나고 또 그만큼 망하는 ‘다산다사(多産多死)’구조가 생겨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과연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뒤따르지 않은 결과라 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5’도 같은 실수로 화를 불렀다는 게 자체 고백이다. 갤럭시S5는 방수기능을 중시한 제품이다. 수영장이나 물가에서 핸드폰을 비닐봉지에 담아 보관하는 불편을 없애면 판매가 늘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안테나를 없애야 하는 등 다른 기능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결과는 철저한 실패였다. 소비자들은 물가에서도 자유로운 방수기능보다는 다른 기능을 더 선호해 삼성전자는 ‘갤럭시S6’를 서둘러 출시해야만 했다.
정책으로 넘어가면 ‘착한 정책’들이 이런 오류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최저임금제, 파견근로자법, 비정규직 보호법 등이 그런 것들이다. 임금 피라미드구조의 바닥에 있는 이들을 보호하겠다는 취지지만 현실에선 오히려 이 정책이 부메랑이 돼 이들을 옥죄고 있다.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이를 극복하기 위한 기업과 정부의 경쟁도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다들 어떤 제품과 정책으로 이 위기를 넘어설 지가 당면과제다. 하지만 섣부른 제품과 정책이 오히려 화를 부를 수 있다. 감정보다는 정확한 통계와 엄밀한 연구 분석을 통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경제는 뜨거운 가슴보다는 차가운 머리로 풀어야 한다는 말도 그래서 생겨난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