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리 리팩터캐피털 대표가 지난달 2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서울경제신문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제공=스파크랩
“청년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단순히 아름답게 보이는 것에서 상쾌한 건강을 추구하는 것으로 옮겨가고 있고 50대뿐 아니라 20대도 헬스케어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인간 삶의 질을 결정하는 헬스케어는 계속 성장할 것입니다.”
최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만난 데이비드 리(사진) 리팩터캐피털 대표는 “헬스케어는 수면욕과 식욕·성욕과 같은 인간의 근원적 욕망과 직결돼 있는 가장 크고 중요한 문제”라며 헬스케어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리 대표는 지난 2014년 포브스가 선정한 최고 벤처투자자 100인 중 82위에 오른 유명 투자자다. 2009년 동업자와 함께 주로 정보기술(IT) 기업에 투자하는 벤처투자사인 SV엔젤을 설립하고 400여개 스타트업에 1억달러(약 1,150억원)가량을 투자했다. 스냅챗과 트위터·에어비앤비 등도 포함된다.
리 대표는 헬스케어의 가능성을 보고 지난해 리팩터캐피털을 설립한 후 투자금의 35%가량을 헬스케어 분야에 쏟아부었다. 한국도 헬스케어 분야에 대한 창업과 투자가 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벤처투자사들은 바이오 분야에 4,686억원을 투자했다.
그는 한국의 헬스케어 시장 수준을 높게 평가했다. 가령 미국은 종합검진의 개별항목 가격이 무척 비쌀 뿐 아니라 한 가지 검사 후 다른 검사를 받기까지 오래 기다려야 하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리 대표는 “한국의 헬스케어 분야는 인력이 우수하고 시스템이 효율적”이라고 운을 뗀 뒤 “동시에 침이나 기체조·요가 등 대체의학 분야를 통해 개인 맞춤형 의료의 개념이 일반화돼 있어 헬스케어 시장이 빠르게 열릴 것”으로 확신했다.
특히 침이나 피부세포를 이용해 개인 유전자를 분석한 뒤 이용자의 라이프스타일을 결합해 맞춤형 운동과 식단을 처방해주는 사업모델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또 신약 개발과 헬스케어 소프트웨어·의료영상기기를 통해 얻어지는 질병 정보와 환자의 보험급여나 특정 병에 대한 지불의사 등의 의료 데이터를 분석하고 인공지능(AI), 실버케어 관련 사업과 연계하는 사업을 유망한 분야로 꼽았다.
세계적인 벤처투자사는 어떤 스타트업에 투자할까. 리 대표는 “투자할 때 90%는 창업자, 10%는 해당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본다”며 투자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창업자의 역량’이라고 단언했다. 창업자에게 요구되는 역량으로는 리더십과 열정을 꼽았다. 그는 “에번 스피걸이나 마크 저커버그 같은 사람들은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 매일 노력하고 실제로 더 나은 리더로 변해갔다”며 “이런 열정과 추진력을 20년간 유지할 수 없다면 다른 일을 하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한국 사회가 스타트업의 실패에 관대해져야 한다고 강조하며 벤처투자자에게는 “성공하지 못해도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 금액을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그래야 창업자에게 책임을 묻지 않게 되고 창업자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창업생태계가 조성된다는 것이 리 대표의 설명이다. 리 대표는 “투자든 창업이든 한번에 성공을 가져다주는 마법의 약은 없다”며 “내가 투자한 기업도 400곳은 실패를 경험했다. 실패를 받아들이고 배운다는 실험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의 투자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 리 대표는 “정부의 역할과 벤처투자사의 역할이 다른 만큼 벤처투자사가 할 일을 정부가 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부는 공공 부문에 스타트업 제품을 사용해볼 수 있는 시장을 열어주거나 하는 식으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라”고 역설했다.
/양사록기자 saro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