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이동통신사업자인 SK텔레콤(017670)이 ‘핀크(Finnq)’를 앞세워 다시 ‘핀테크’에 속도를 낸다. 최근 네이버와 미래에셋대우가 손잡고 디지털 금융시장 장악을 위해 나섰고 케이뱅크의 열풍이 식지 않고 이어지면서 SK텔레콤의 발걸음도 바빠졌다. SK텔레콤은 “당장은 인터넷전문은행에 관심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핀크의 시장반응에 따라 은행업으로 보폭을 넓힐 가능성은 열려있다.
3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이 지난해 10월 하나금융과 손잡고 만든 핀크가 이르면 이달 중 금융 챗봇 서비스 등 다양한 핀테크 서비스를 선보인다. 핀크는 지난 5월 금융당국으로부터 전자금융사업자 허가를 받은 후 신입 및 경력직을 대거 선발하면서 서비스 출시에 속도를 높였다. 투자상품 매매중개, 온라인보험대리점 등은 물론 빅데이터 기반의 분석 서비스와 금융 관련 애플리케이션 등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핀크가 통신과 금융을 결합한 분야에서 확실한 강점을 가질 것으로 전망한다. 민응준 핀크 대표가 LG유플러스 상무 출신이기도 하지만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서 IT와 금융을 담당한 핀테크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또 SK텔레콤이 49%, 하나금융이 51%를 각각 출자했지만 이통사 출신이 대표를 맡은 만큼 통신의 강점을 살린 서비스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업계에서는 핀크의 서비스보다 SK텔레콤의 금융시장 진출 여부에 관심이 높다. SK텔레콤이 “인터넷전문은행 보다 핀크에 집중하겠다”고 얘기하는 상황에서 핀크의 성과가 은행업 진출의 잣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SK텔레콤이 지난 2015년 인터파크 컨소시엄을 통해 인터넷전문은행에 도전했다가 고배를 마신 경험이 있지만, SK텔레콤의 재도전은 여전히 가능하다. 특히 네이버가 “인터넷전문은행에 관심이 없다”고 밝히면서 2,5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SK텔레콤의 몸값이 아주 높아진 상황이다. 금융위원회도 지난 4월 “은행법의 국회통과 등 제도적 정비가 완료되면 인터넷전문은행을 추가로 인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SK텔레콤이 인터넷전문은행 진출할 경우 KEB하나은행과 손을 잡을 것으로 예상한다. 하나은행이 SK그룹의 주채권은행으로 2002년 소버린 사태 때 SK의 백기사로 나섰고, SK텔레콤은 하나카드 지분 15%에 투자하는 등 둘의 신뢰관계가 돈독하다.
그러나 SK텔레콤의 결정은 신중할 듯하다. 지난 2004년 모바일뱅킹 서비스인 ‘엠뱅크’를 내놓았지만 불편한 이용자환경(UI)과 모바일 인프라 부족 등으로 성과를 내지 못했고, 2008년에는 씨티그룹과 손잡고 ‘모바일 머니 벤처스’를 설립했다가 3년만에 매각하는 등 고전을 거듭했다.
그럼에도 SK텔레콤이 금융시장 진출을 결정할 경우 파괴력은 상당할 전망이다. 멤버십서비스 이용 행태 등 보유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경쟁력 있는 금융상품을 개발할 수 있고, ‘11번가’를 활용한 온라인마켓 연계 상품과 인공지능(AI) 기기 ‘누구’를 활용한 금융서비스까지 무한 확장이 가능하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이 1차 인터넷전문은행 선정 때 경쟁력이 제일 낮다고 평가받은 인터파크 컨소시엄에 들어가면서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며 “해외네트워크가 좋은 하나은행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면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은 무난할 것”으로 내다봤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