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단교 조치가 발표된 뒤 시민들이 슈퍼마켓에 몰려가 식료품을 구입하고 있다./도하=AP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권 4개국이 2일(현지시간)로 제시했던 카타르 단교해제 13개 선결조건에 대한 답변 시한을 이틀 연장했다.
하지만 카타르가 애초 시한을 넘어서까지 아랍권의 요구에 응하지 않은 만큼 단교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사우디 국영 통신사 SPA에 따르면 카타르와 단교를 선언한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이집트 등 아랍권 4개국은 이날 공동 성명을 내고 애초 이날로 예정된 카타르의 답변 시한을 48시간 연장해 4일 자정으로 재설정했다고 밝혔다.
아랍권의 이러한 결정은 카타르 단교 사태의 중재자를 자처하는 쿠웨이트 군주(에미르) 셰이크 사바 알아흐마드 알사바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쿠웨이트 국영 통신사 KUNA가 전했다.
사우디를 필두로 한 아랍권 4개국은 친이란 성향의 카타르가 테러세력을 지원하고 있다며 지난달 5일 단교를 선언했다. 이후 이들 국가는 카타르의 항공기와 선박이 자국 영토·영해를 통과하지 못하도록 봉쇄했고 사우디는 카타르의 유일한 육상 국경도 폐쇄했다. 아랍권 4개국은 지난달 22일 쿠웨이트를 통해 카타르에 이란과의 절연, 터키와 군사협력 중단, 알자지라 방송국 폐쇄 등을 내용으로 하는 13개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이들은 2일을 답변 시한으로 제시하면서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카타르에 대한 추가제재에 나설 것이라고 위협했다. 하지만 카타르는 아랍권이 자국의 주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13대 요구사항에 대해 협상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답변 시한 연장에도 카타르가 아랍권의 단교해제 조건을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아랍권이 어떤 추가제재를 가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아랍권은 추가 제재의 구체적 내용은 밝힌 바 없지만 지역 전문가들은 경제·금융 제재를 동원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카타르의 회사·조직·개인과 거래하는 국가의 회사와 개인을 제재하는 강력한 2차 제재를 선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2차 제재가 국제사회의 동의를 얻을 수 있을지는 차치하고라도 당장 중동에서 사업하는 외국 회사들은 카타르와 다른 걸프 지역 국가 중 선택해야 하는 난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밖에 카타르를 걸프협력회의(GCC)에서 퇴출하는 방안도 고려될 수 있다. GCC 6개 회원국(사우디, UAE, 바레인, 쿠웨이트, 카타르, 오만)은 조세, 금융 정책을 공유한다. 카타르 금융기관의 걸프 지역 내 거래를 중단하고 자국 내 카타르 관련 자산을 동결하는 등 걸프 지역 내 금융 거래를 중단시키면 카타르 경제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와 관련해 아랍권 4개국 외무장관은 오는 5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만나 단교 사태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김희원기자 heew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