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文대통령 '대화해결'을 무색하게 한 北 ICBM 도발

북한이 기어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을 감행했다. 북한은 4일 오전9시40분께 평안북도 방현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1기를 발사했다. 우리 군 당국은 이 미사일에 대해 최고고도 2,500㎞ 이상까지 올라갔다가 930㎞를 비행한 후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낙하한 것으로 추정했다. 북한은 이날 오후 ‘특별중대보도’를 통해 이 미사일이 ICBM 급인 ‘화성-14형’이며 김정은이 참관하는 가운데 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이것이 ICBM인지, 발사가 성공적인지에 대해서는 더 분석해봐야겠지만 도발 시점만으로도 국제사회에는 충격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에 대한 ‘대화 해결과 우리 정부 주도’ 합의를 이끌어낸 지 불과 사흘 만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앞서 6·15 정상회담 17주년 기념식에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의 추가 도발을 중단한다면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결국 북한은 이번 ICBM 발사로 대화에는 생각이 없고 핵·미사일 도발을 계속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결과적으로 ‘대화 해결’에 방점을 둔 문 대통령의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구축 방안이 무색해졌다. 현 정부의 대북정책이 북한의 도발을 막는 데는 더 이상의 실효성이 없다는 점 또한 증명된 셈이다. 더 이상 대화 해결을 계속 주장하는 것은 공허할 따름이다.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미국은 우리 정부의 주도권과 대화 해결을 지지하면서도 ‘올바른 여건하에서’라는 분명한 전제조건을 제시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북 도발에 대한 분명하고 단호한 메시지를 내놓아야 한다. 당장 7~8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문 대통령은 이 같은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알려야 한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동에서 중국이 북한을 압박하는 국제 공조에 동참할 것을 당당하게 요구해야 한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는 우리의 안보를 지키기 위한 것이어서 중국이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