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항용 칼럼] 주택시장과 금융규제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6·19 대책 LTV·DTI 규제 강화
가계부채·금융안정 도움되지만
집값 안정장치로 맹신 말아야



새 정부 출범에 즈음해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시장이 과열되는 모습이 나타나면서 6·19부동산대책이 발표됐다. 이에 따라 40개 청약조정대상 지역에 대해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비율을 각각 10%포인트씩 인하하고 전매제한기간과 재건축 규제를 강화했다. 이러한 정부대책은 과열 지역에 대한 선별적 대응인 동시에 투기수요를 억제하면서 실수요자를 최대한 보호하는 맞춤형 규제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주택은 매우 다양한 특성을 갖고 있다. 주택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재화로써 주거서비스를 제공하는 내구 소비재다. 동시에 주택은 가장 중요한 가계자산으로써 재산 증식의 수단이 돼왔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주택은 기대수익률이 높고 위험은 상대적으로 낮은 자산으로 인식되면서 가계자산에서 주택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주택은 지리적으로 이전이 불가능하고 동일 지역에 위치해도 상당한 정도로 차별성이 있는 재화다. 6·19대책의 선별적 맞춤형 특성은 주택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성격을 차별화해 대응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이해될 수도 있다.

이러한 주택의 다양한 성격으로 인해 과거 2000년대 초반에는 주택시장 과열의 원인분석과 정책대응에 있어 혼란이 초래되기도 했다. 어떤 사람들은 주택가격은 결국 주택에 대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될 것이므로 공급을 늘리는 것이 주택가격 안정의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또 일부에서는 주택보유에 대한 세금이 너무 낮으므로 주택가격 안정을 위해서는 보유세를 인상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심지어는 서울 강남의 아파트들이 전국의 주택가격 상승을 주도하고 있으며 이는 학군에 대한 프리미엄 때문이므로 교육제도가 주택가격 상승의 중요한 원인이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또 저금리로 주택 구입을 위한 이자비용이 너무 낮으므로 주택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강하게 제기됐었다.

물론 이러한 주장들이 모두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을 수 있으나 당시의 주택가격 상승은 금융 부문과 밀접한 연관이 있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외환위기 이전의 1990년대까지는 주로 저축을 통해 주택을 매입했고 은행에서 자금을 빌리기는 사실상 매우 어려웠다. 그런데 외환위기 이후 은행구조조정 과정을 거치면서 은행들이 기업대출에서 가계대출 특히 주택담보대출로 대출 포트폴리오를 바꾸기 시작했다. 당시 위기극복 과정에서 부채비율 규제 등으로 대기업에 대한 대출 수요는 사라졌고 중소기업 대출은 위험하다고 인식되고 있었다. 반면 주택을 담보로 한 가계대출은 은행의 입장에서는 기업 대출에 비해 소액이어서 위험이 분산되고 담보도 제공되므로 안전하다고 볼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주택담보대출이 증가하면서 주택가격을 자극했고 더 비싸진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 대출 규모도 비례적으로 상승하는 악순환이 발생했다. 가계부채와 주택가격이 서로 상승작용을 하면서 금융시장과 주택시장이 밀접하게 연관되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LTV나 DTI와 같은 금융규제는 가계부채에 대응하는 동시에 주택가격에도 영향을 미치는 정책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이러한 정책수단의 근본적인 정책목표는 과도한 대출을 억제함으로써 금융시스템을 보호하고 금융위기의 발생 가능성을 줄이는 것이며 직접적으로 주택가격을 안정시키는 것이 아님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해지고 주택가격이 과도하게 상승하는 경우에는 LTV나 DTI 규제의 강화가 두 가지 문제에 모두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가계부채 문제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주택가격이 급락하는 경우 금융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의미다. 이는 LTV와 DTI가 경기조절 정책수단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이며 통화정책을 통한 금리조정이 주택시장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는 것과 같은 논리다. 6·19대책의 금융규제 강화는 주택시장보다는 가계부채와 금융안정을 위한 대응으로 이해하는 것이 보다 타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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