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리포트 -앵그리텔 된 오피스텔]지자체 감독 안받는 오피스텔...온갖 민원 쏟아져도 속수무책

분쟁조정신청 5년간 123건
실제 조정안 마련 19건 불과
'표준관리규약' 만들었지만
강제력 없어 '참고용'에 그쳐

서울 문정지구 A오피스텔에서 주차비와 관리비 문제 등을 놓고 갈등을 빚던 김모(36)씨는 지난해 서울시에서 오피스텔 관리단을 구성하기 위한 지원사업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시청으로 달려갔다. 지원사업 대상으로 선정만 되면 지방자치단체에서 나서서 모든 것을 다 해결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서였다. 김씨의 적극적인 활동에 이 오피스텔은 지난해 12월 서울시 직권으로 관리단 구성 지원사업 대상에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시행사가 서울시의 중재에 반대하면서 난항에 부딪혔다. 결국 이 오피스텔은 관리단 구성에 두 번이나 실패했고 지금까지 관리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지자체 개입이 거부당하는 오피스텔이 이곳만은 아니다. 서울시는 오피스텔 관련 민원이 끊임없이 제기되자 지난 2013년 집합건물 7곳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당초 10곳을 대상으로 했지만 3곳이 조사 자체를 거부해 대상이 줄어들었다. 실태조사 결과도 마찬가지. 관리비를 아파트보다 2배 이상 더 받고 횡령도 하는 등 무려 51건의 지적사항이 나왔지만 시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오피스텔은 준주택에 속해 민법인 ‘집합건물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적용받아 지방자치단체나 행정관청의 감독권을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러니 민원도 쇄도해도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3년부터 올 5월19일까지 시 집합건물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분쟁조정신청 건수는 123건에 달했지만 실제로 조정안까지 나온 것은 19건에 불과했다. 나머지 104건이 일방의 거부로 조정중지가 됐기 때문이다. 그나마 조정안이 나온 분쟁도 8건이 수용 거부돼 무용지물이 됐다. 조정안 수용 비율이 10%도 채 되지 않는 셈이다. 보다 못한 서울시가 2015년 지자체 최초로 ‘오피스텔 표준관리규약’을 만들어 각 자치구에 배포하기는 했지만 이 역시 법적 강제력이 없는 ‘참고용’일 뿐이다.

제도개선이 필요하지만 이 역시 걸림돌이 있다. 주거용 오피스텔에 주택법을 적용하면 취득세와 임대소득세 같은 세법도 바꿔야 한다. 취득세율의 경우 주택은 1% 수준에 불과하지만 오피스텔은 4배 많은 4%대가 적용된다. 주거용 오피스텔을 주택으로 판단한다면 세수가 그만큼 줄어든다는 뜻이다. 주택관리업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이 때문에 관련법 개정에 선뜻 나서지 못한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법 개정에 시간이 걸린다면 지방자치단체가 개입할 여지를 만드는 것도 방안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올 2월 ‘집합건물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최명길 국민의당 의원은 “오피스텔 등 집합건물의 관리비가 과다하고 운용이 불투명하다는 민원이 계속되고 있지만 현행법은 사적 자치의 영역이라는 이유로 관리 감독에 소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지자체 등에 관리 감독권을 부여한다면 이러한 논란의 상당수는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의 한 교수는 최근 한 세미나에서 “집합건물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것은 투명성을 제고하는 것”이라며 “관리비 등에 대한 합법적 관리와 회계에 대한 체계적 감독, 수선 계획 수립 등 제도적 보완이 이뤄질 수 있도록 행정기관의 적정한 행정지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송영규선임기자 sk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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