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화의 4차 산업혁명] 혁신 통한 기부, 존중문화 만들자

창조경제연구이사회 이사장·KAIST 초빙교수
<38>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
경제적 富 축적한 기업가에
사회적 명예 쌓을 기회 제공
지식·자원 공유사회 구축해
더 큰 혁신의 밑거름 쌓아야



4차 산업혁명의 성장은 혁신에서 창출된다. 그러나 결과는 불균형 성장이 된다. 창조적 혁신가는 소수이기 때문이다. 지나친 혁신의 보상은 사회적 양극화를 초래하고 너무 적은 혁신의 보상은 성장을 저해한다. 그런데 성장과 분배는 동그란 네모와 같이 동시 해결은 불가능한 명제다. 성장을 위한 소득은 불평등하나 분배를 위한 소득은 평등을 추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성장과 분배는 분리되고 순환돼야 한다. 즉 불균형한 시장 소득을 균형화된 가처분 소득으로 순환하는 이중고리 순환구조가 우리의 숙제다.

성장은 소수의 창조적 혁신가가 이끌어내나 혜택은 모두에게 일부는 돌아가야 한다. 그런데 혁신의 보상이 단순히 돈으로만 구성된 단순 경쟁 구조에서는 양극화 갈등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 에이브러햄 매슬로는 인간의 욕구가 하위욕구인 돈에서 상위욕구인 명예와 자아실현으로 진화한다고 갈파한 바 있다. 그렇다면 혁신가들에게 돈과 명예의 교환 기회를 제공하자.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혁신가의 희생이 아니라 경제가치를 사회가치와 교환하는 과정으로 이해하자.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불균형 성장의 결과인 사회적 갈등을 극복하는 치료제다. 혁신으로 성장에 기여한 사람들은 우선 부를 얻는다. 부의 양극화가 지나치면 게임은 지속되지 않는다. 이제 경제적 부와 사회적 명예의 교환구조를 만들어보자. 기부자에게 명예를 제공하지 않으면 기부는 위축된다. 경제적 가치 제공에 사회적 가치 제공으로 보답할 때 게임은 지속된다. 이를 통해 사회적 신뢰가 형성되고 기업가는 더 큰 성장을 추구할 수 있다.


사회적으로 혁신을 촉발하는 시스템들이 필요하다. 우리 회사에서 혁신적인 제품과 판매 아이디어를 만든 사람이 나에게 급여를 주는 원천이라고 생각할 때 사람들은 혁신가를 존중하게 된다. 혁신을 모두를 위한 활동으로 인지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내부 협력이 강화돼 혁신이 증폭된다.

국가 차원의 기업도 마찬가지다. 혁신으로 핵심역량을 확보하고 이를 통한 추가 수익이 창출되면 국민들과 기업들이 이를 분배하게 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부의 상위 집중이 지나치면 사회는 불안해진다.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평등해지면 사회는 활력을 잃게 된다. 불안정과 무기력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가는 것이 국가의 분배 정의다.

가진 자의 베풂이 신뢰의 근간이다. 기업가들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행할 때 존경하자. 혁신을 존중하고 사회적 신뢰를 만들어보자. 신뢰에 기반을 둔 사회적 공유는 미래로 가는 혁신의 핵심이다. 데이터 플랫폼, 아이디어 플랫폼, 생산 플랫폼, 개발 플랫폼 등 지식과 자원을 공유하는 사회가 경쟁 우위를 갖는 사회다. 소프트웨어를 공유하고 디자인을 공유하라. 공유하는 사회는 더 큰 혁신을 향해 발전하게 된다. 배타적 지식재산권의 개념도 창출과 활용의 측면에서 적절한 균형을 맞춰야 한다.

개방 협력으로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신뢰를 깨뜨리는 행위, 즉 은밀한 술책 행위는 강력히 엄벌해야 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명예가 정직이 돼야 하는 이유다. 잘못된 것보다 잘못된 것을 숨기는 것이 더 나쁘다는 사회적 인식이 확립돼야 한다. 지도층의 신뢰를 손상하는 행위가 소중한 국가 자산을 망가뜨리는 행위다. 투명한 사회와 공개된 사회가 신뢰를 통한 국가 발전을 촉발한다. 이러한 신뢰를 손상하는 행위를 사전에 규제할 경우 사회는 경직된다. 사전 규제는 최소화하고 사후 가중 징벌을 최대화하는 것이 신뢰 사회로 가는 길이다. 징벌적 배상이 필요한 이론적 근거다.

지속 가능한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은 경제적 성장과 사회적 분배를 선순환시키는 기업가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으로 시작된다. 교육의 필수요소로 전문성·창조성과 더불어 사회와 더불어 성장하는 열린 시민의식이 포함돼야 하는 이유다. 성장을 가로막는 양극화는 탐욕으로 촉발됨을 명심하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