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이천 M14 반도체 공장 전경.
지난 2012년 2월 SK그룹은 3조 3,747억원을 들여 SK하이닉스를 품었다. 당시만 해도 SK와 하이닉스의 시너지를 두고 논란이 분분했다. 매년 수조원의 설비투자가 필요한 반도체 산업을 SK가 지속할 수 있을지, 10년을 채권단 아래 놓여있던 하이닉스가 경쟁력 있는 회사로 바뀔 수 있을지 의구심이 컸다. 하지만 5년이 지난 현재, SK하이닉스는 분기에 인수액만큼 벌어들이는 초우량 회사로 탈바꿈했다. 분기 영업이익 3조원, 연간 영업이익 10조원 이상. SK하이닉스가 신화를 다시 쓴다. 시장이 평가하는 SK그룹의 ‘간판’도 올해부터 명실공히 SK하이닉스로 바뀔 전망이다. 올 2·4분기 창사 이래 처음 분기 영업익 3조원 시대를 여는 데 이어 하반기에도 매 분기 3조원을 훌쩍 넘는 수익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이 10조를 넘은 회사는 국내에서 삼성전자와 한국전력 뿐이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를 만약 외국기업이 인수했다면 어떻게 됐을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는 말이 나온다.
5일 재계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올 2·4분기 3조~3조 1,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파악됐다. 1분기에 달성한 2조 4,676억원 신기록을 3개월 만에 갈아치우는 것이다. 3분기 영업익은 3조 6,000억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이는 SK텔레콤과 SK이노베이션 등 SK 주력사의 이익을 합산한 것보다 월등히 많다.
이같은 결과는 SK그룹의 적극적 투자와 달아오른 반도체 시황이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는 2015년부터 매년 6조원 이상을 설비투자에 쏟아붓고 있다. 올 투자액은 7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매출 대비 연구개발(R&D) 비용은 지난해 12.2%까지 치솟았다. 3분기부터는 이천 M14 공장 2층을 본격 가동해 시장의 수요가 높은 3차원(3D) 낸드 생산물량을 대폭 늘린다. 세계 2위인 D램에 이어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한 포석이다.
분기 3조원이 넘는 호실적보다 주목되는 것은 SK하이닉스의 끊임없는 체질개선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72단 3D낸드 개발 △파운드리 분사 △도시바 인수전 참여 등 의미있는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매출 비중이 1% 수준에 불과한 파운드리를 분사까지 하는 것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최대한 적극적으로 키우겠다는 SK다운 발상”이라고 평가했다. 인수 문턱을 넘고 있는 도시바 메모리 부문 또한 SK하이닉스와 상당한 시너지가 기대된다. 도시바는 낸드 원천기술을 보유한 터줏대감이고, SK하이닉스는 낸드 시장의 신흥 강자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서버용 낸드 수요 등이 급증하는 가운데 SK하이닉스의 반도체 라인업 또한 시장의 변화에 맞게 조정될 전망이다. 저장용량과 효율성이 높은 3D 낸드 생산량은 올해 이천 M14 신규 클린룸을 활용해 캐파가 확장되면 연말에 2D 낸드 물량을 앞지를 것으로 예상된다. 주력 제품인 D램 역시 초미세공정이 필요한 10나노급 D램 생산비중이 연말에 10% 수준까지 올랐다가 내년 말쯤 절반 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윤홍우기자 seoulbird@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