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핑+백브리핑]다양해진 美 럭셔리카 판매 성적은 신통찮네

미국 고급 자동차(럭셔리카) 제조사들이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지만 실적은 되레 뒷걸음질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독일 BMW의 지난달 판매량이 1년 전보다 2.8% 감소했다.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와 일본 도요타 렉서스의 자동차 판매량도 같은 기간 5%씩 감소했다.

BMW는 3·4시리즈를 통해 세단, 해치백, 스테이션 왜건, 하이브리드, 컨버터블, 쿠페 등 다양한 종류의 신제품을 선보였지만 판매 부진을 막지 못했다. 지난해 두 BMW 시리즈의 판매량은 전년 대비 24% 추락했고 올해도 상반기까지 8% 감소했다. 개별 제품 가운데 미국 제너럴모터스(GM) 캐딜락의 ATS 판매량은 지난달 1,185대에 그치며 1년 전보다 37% 급감했다. 벤츠의 CLA 판매량은 올 상반기 37%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라인업 강화전략 왜 실패했나

신규 소비자 확보 못한채

기존고객 선택지만 늘려

SUV 수요 증가도 악재로


럭셔리카 제조사들의 라인업 강화 전략이 매출 확대로 이어지지 못한 것은 신제품 출시가 전체 시장의 파이를 키우기보다 기존 소비자들의 구매 이동을 유발하는 데 그치며 동종 업계 간 출혈경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BMW 대리점의 한 고위관계자는 “시장 점유율 확대가 목표였지만 동종 업계 간 이전투구만 촉발됐다”며 “신모델이 나와도 새 고객이 유입되는 게 아니라 기존 고객들이 갈아탈 뿐”이라고 토로했다.

편의성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등이 선호되고 있는 점도 고급 자동차 시장 정체의 배경이다. 특히 테슬라와 같은 신생 업체가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며 럭셔리카 개념을 바꿔놓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동차 정보 업체인 에드먼즈닷컴의 제시카 콜드웰 연구원은 “전처럼 배기통이나 변속기수가 아니라 자율주행과 같은 고급 기능들이 럭셔리카의 요건으로 새롭게 평가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혼다의 아큐라, 닛산의 인피니티 등이 대출 보조금과 같은 고객지원 서비스로 재미를 보자 렉서스도 유사한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등 경쟁 양상이 더욱 치열해진 점도 실적 악화의 원인이 됐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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