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니서(오른쪽부터),최수앙,이혜인의 작품이 선보인 갤러리시몬의 기획전 ‘감각의 논리’ 1층 전시 전경. /사진제공=갤러리시몬
멀리서는 물기 머금은 줄기 끝에서 피어난 분홍 장미 다발인가 싶었다. 아름답다고 느꼈다. 그러나 가까이서 본 작품은 창백한 푸른빛 몸을 가진 해골이 혈색 좋은 핑크빛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형상이었다. 목과 팔을 늘어뜨린 여인이 그와 대칭을 이루며 허공에 매달려있다. 둘을 이은 둥근 덩어리에는 체온이 느껴질 정도로 생생한 손과 발들이 꽂혀있다. 투명한 피부밑으로 보인 그 분홍색이 꽃 같았던 것이다. 작가 최수앙의 작품을 두고 미추(美醜)에 대한 평가는 제각각이다. 종로구 자하문로 갤러리시몬에서 한창인 ‘감각의 논리’전이다.이혜인의 ‘감각의 논리’ 설치전경 /사진제공=갤러리시몬
최수앙의 ‘감각의 논리’ 설치 전경 /사진제공=갤러리시몬
4인전 형식으로 이번 전시를 기획한 독립큐레이터 강여울 씨는 “(최수앙의 조각에서) 빚어낸 인체의 생생함과 진솔함에 깊은 통렬함을 느낀다”면서 “어떤 느낌을 받아 몸과 마음이 절로 움직이는 ‘감응’의 경험은 이성이 아닌 감성의 영역이며 개념이 아닌 지각의 영역”이라고 밝혔다.설치작가 지니서는 조선 시대 여류시인의 시(詩)에서 영감을 얻어 “시경(詩境)과 화경(畵境) 사이의 순수한 공간”을 만들었다. 200년 전 한 시인이 바닷가 정자에서 본 하늘이 푸른 그림이 됐고, 하얀 설치작업이 되어 눈과 귀를 넘어 모든 감각을 깨운다.
전소정의 ‘감각의 논리’ 설치 전경 /사진제공=갤러리시몬
지니서의 ‘감각의 논리’ 설치 전경 /사진제공=갤러리시몬
이혜인은 자신의 몸으로 체험한 시간과 공간을 화가의 손으로 기록했다. 들판·빛·비·바람 같은 개인적 경험을 “감각에서 감각으로 전해질 수 있는 인간 보편의 것”으로 바꿨다는 점에서 작가가 자신이 세상을 보는 또다른 창문이 된 듯하다.전시장 2층은 미디어아티스트 전소정의 작품이 채웠다. 한 피아노 조율사의 세계를 담은 그의 영상 작품은 소리와 색채를 다룬 파장과 진동으로 감각을 깨운다. 작가는 감각의 근원과 신비를 탐구하는 ‘공감각’ 분야를 집요하게 파고들어 왔다.
전시 제목으로 쓰인 ‘감각의 논리’는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가 프란시스 베이컨의 회화를 통해 자신의 존재론을 설파한 동명의 책 이름에서 따왔다. 강 기획자는 “의미와 개념을 덜어낸 자리에 남는 것. 그것을 눈으로 직시하고 손으로 만져보고 귀로 들어 얻은 그 느낌으로부터 새로운 이야기가 피어날 수 있는 것”이라며 “작가 개인들의 이야기이자 예술의 가치와 고유한 힘에 대한 보편적 물음을 던지는 전시”라고 말했다. 7월15일까지.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