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개 대학교 공과대 중심 전임교수 417명이 참여한 ‘책임성 있는 에너지 정책수립을 촉구하는 교수 일동’ 소속 성풍현 교수(KAIST) 등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정부의 탈원전 기조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권욱기자
교수들이 밝힌‘탈원전’기조 문제점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에 대한 전문가들의 반발이 국내를 넘어 바다 건너 미국까지 확산했다. 저명한 환경운동가와 학자 등으로 구성된 미국 환경단체가 탈원전 정책의 재고를 바라는 공개서한을 문 대통령 앞으로 보냈다. 국내 전문가들도 문 대통령의 탈원전 결정이 “제왕적 조치”라며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5일 외교부·학계 등에 따르면 미국 환경단체인 ‘환경의 전진(Environmental Progress)’ 소속 전문가 27명은 이날 문 대통령 앞으로 한국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우려를 담은 공개서한을 보냈다.
서한에는 미국 타임지가 ‘환경의 영웅’으로 선정한 마이클 셸렌버거 환경의 전진 대표를 비롯해 하버드대와 스탠퍼드대, UC버클리, 컬럼비아대 등 미국 주요 대학의 전문가 27인의 서명이 담겨 있다. 케리 이매뉴얼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 기상학과교수는 2006년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 100대 영향력 있는 인물’이다. 퓰리처상 수상 경력이 있는 역사학자 리처드 로즈도 손을 거들었다.
이들은 “한국은 높은 신뢰도와 경제성을 보유한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할 수 있는 전 세계 원자력계의 선두주자”라며 “만약 한국이 원전을 폐지한다면 전 세계 인류를 가난에서 구제하고 기후 위기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저렴하고 풍부한 에너지를 제공할 수 있는 소중한 공급자를 잃게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어 “문 대통령이 최종 결정을 내리기 전에 다양한 에너지 및 환경 전문가들과 이 문제를 충분히 숙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의 환경운동가와 전문가들은 세계 원전 시장에서 한국이 이탈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쏟아냈다. 서한은 “프랑스의 아레바, 일본과 미국 웨스팅하우스 등의 실패를 감안하면 한국의 원자력 산업은 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며 “한국이 원전산업을 포기한다면 러시아와 중국만이 신규 원전 건설을 놓고 경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들은 한국의 탈원전이 막대한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한에는 “원자력을 천연가스로 대체하기 위해 신규 발전소 건설에 230억달러의 초기 투자비용이 소요되며 천연가스 수입에 매년 100억달러를 들여야 한다”는 주장이 담겨 있다. 이어 “태양광과 풍력 발전은 한국에서 원전의 대안이 결코 될 수 없다”며 “한국의 모든 원전을 태양광으로 대체한려면 서울의 5배 면적의 국토가 태양광발전소로 뒤덮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에너지 분야 학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날 ‘책임성 있는 에너지 정책 수립을 촉구하는 교수 일동’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 추진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에는 원자핵공학과 기계공학 등을 전문 분야로 하는 60개 대학, 417명의 교수가 참여했다. 지난달 1일 1차 성명에 참여한 23개 대학, 230명보다 많다. 서울대(82명), 부산대(58명), KAIST(43명) 교수 등이 참여했고 미국 퍼듀대와 미시간대 등 외국 대학 4곳의 교수도 참여했다.
교수들은 이날 회견에서 “대통령 선언 하나로 탈원전 계획을 기정사실로 하는 것은 제왕적 조치가 아니냐”며 “숙의되지 않은 탈원전 정책 추진은 향후 민생 부담 증가, 전력수급 불안정, 산업 경쟁력 약화, 에너지 국부유출, 에너지 안보 위기 등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원전 운영능력이 세계적인 수준이라며 한국에서 후쿠시마 같은 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매우 희박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그 근거로 한국 원전의 비계획정지율은 0.13으로 미국(0.8), 프랑스(2.67), 러시아(0.8)보다 현저히 낮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자료를 제시했다. 교수들은 또 탈원전·석탄 정책으로 27.5GW의 전력공급설비가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부 공약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20%로 늘려도 적정 예비율 확보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해외 수입비용이 1kwh당 106원75전인 LNG로 원자력(5원58전)을 대체할 경우 무역적자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았다. /세종=김상훈기자 맹준호기자 ksh25t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