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레도 ‘블랑쉬’
걸 크러시와 예쁜 남자가 보편화 되면서 남성과 여성 사이 패션 공유가 확대된 데 이어 향수도 남녀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꽃 향기를 기반으로 은은한 느낌을 주는 향을 선호하는 남성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6일 신세계몰이 올 상반기에 남성들이 선호한 향수를 조사한 결과 조말론 ‘블랙베리 앤 베이’, 바이레도 ‘블랑쉬’, 조말론 ‘잉글리쉬페어 앤 프리지아’가 1~3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여성들도 바이레도 ‘블랑쉬’, 조말론 ‘블랙베리 앤 베이’, 조말론 ‘잉글리쉬페어 앤 프리지아’를 찾아 순위 차이만 있을 뿐 남녀가 구매한 품목이 일치했다. 특히 지난해 같은 기간 남성적인 향이 강한 조말론 ‘우드세이지 앤 씨솔트’, 존 바바토스 ‘아티산’ 등이 인기를 끈 것과는 대조적이다.
신세계백화점 향수 신장률을 봐도 샤넬, 불가리 등 남녀 성별 간 명확한 특성을 지닌 전통적인 향수 브랜드(4.5% 증가) 보다 중성 향수로 대변되는 니치 향수 브랜드(18.7% 증가)의 신장세가 두드러졌다.
국내 최대 향수 수입 업체인 씨이오인터내셔날 역시 상반기 향수 매장 판매에서 남성 고객의 여성 향수 구입률이 15% 정도 늘어났다. 꽃향기가 주류인 클린 블로썸, 랑세 오드프랑스, 프라다 레스인퓨전디아이리스 등이 인기 품목이다.
장채윤 마케팅팀 과장은 “파우더 팩트나 립글로스로 자신을 한껏 꾸미기 시작한 남성들이 플로럴하거나 부드럽고 파우더리한 여성 향수를 많이 찾는다”고 전했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는 상남자보다 예쁘장하고 모성애를 자극하는 남자들이 더 인기를 끌고, 남성 그루밍족 증가로 외모에 관심을 많이 갖는 남성이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유니섹스 향수를 찾는 트렌드가 자리 잡았다.
이에 따라 최근 뷰티 편집숍인 신세계백화점 ‘시코르’는 플로럴, 머스크향 등 여성적인 향을 기본으로 한 스틱 향수 브랜드 ‘사베마송’을 입점시켰다. 이 제품은 프랑스 현지 매출 중 20%가 남성 고객이다. 이은영 시코르 팀장은 “향수가 좋은 분위기만을 위한 용도 뿐만 아니라 ‘나’를 표현하는 하나의 패션 아이템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심희정기자 yvett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