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회계 업계가 4차 산업혁명의 거센 파고를 맞아 빠르게 변하고 있는 데 반해 국내 회계 업계는 빅데이터의 기본인 데이터 표준화도 삐거덕거리고 있다.
7일 회계 업계와 관련 당국 등에 따르면 글로벌 4대 회계법인이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KPMG는 최근 IBM의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왓슨’을 기반으로 감사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왓슨의 최대 장점인 자연어 이해 능력을 활용하면 데이터 정리·분석뿐 아니라 회계사의 의사결정을 도울 최고의 보조자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딜로이트는 핵심 데이터를 추출하는 분석 프로그램 ‘알거스’를 사용하고 있으며 언스트앤영(EY)은 감사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4억달러를 쏟아부었다. PwC는 전사적자원관리(ERP) 프로그램인 ‘아우라’ ‘커넥트’라는 보조 프로그램을 개발해 헤일로와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4대 회계법인과 제휴한 대형 회계법인 정도만 본사의 프로그램을 ‘빌려 쓰는’ 정도다. 또 다른 회계법인 관계자는 “국내에도 뛰어난 ERP 프로그램이 많지만 빅데이터 분석 수준이 아직 외국에 못 미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중소 회계법인은 자체 프로그램을 개발할 여력이 부족하다. 데이터 분석을 위해 필수적인 데이터 표준화는 속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한국은 2011년 현재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웹 언어인 재무보고전용언어(XBRL)를 도입하고 2014년 ‘모뉴엘 분식회계’를 계기로 국내 상장사는 모두 전용 편집기를 통해 재무제표 정보를 XBRL화해 전자공시하도록 했다. 그러나 의무사항은 아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내년 3월부터 자국 증시에 상장된 국제회계기준(IFRS) 적용 기업들에 대해 XBRL 적용을 의무화하도록 규정을 개정했다. 한국공인회계사회의 한 관계자는 “가령 공시상 ‘주석’에 주요 정보가 담겨 있을 수 있는데 주석은 XBRL화 대상이 아니다”라며 “분석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데이터 활용 범위를 더욱 넓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표준화 범위를 넓히기 위해 표준계정과목을 종전 700개에서 최근 1,400개까지 늘렸다”며 “한국회계기준원·공인회계사회 등과 데이터 범위 확대 방안에 대한 논의를 곧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