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리뷰] “대상 가수만 6팀”…SM타운, K팝의 과거-현재-미래

무려 4시간이 넘는 공연이었다. 그럼에도 길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듣지 못한 히트곡이 떠올라 아쉬웠을 뿐. 약 4만 5천여 명의 관객들은 그렇게 K팝으로 하나가 됐다.

‘SM타운 라이브 월드투어 6 in 서울’이 지난 8일 서울 마포구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이날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인 강타, 보아, 동방신기 유노윤호,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샤이니, 엑소, 레드벨벳, NCT 등이 무대를 꾸몄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
서울 공연은 지난 2014년 이후 3년 만. 오래 기다린 국내 팬들을 위해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특별한 무대가 이어졌다. 무대를 꾸민 가수들 중 대상 가수만 6팀이었다. 먼저 아이돌 시대의 첫 문을 열었던 H.O.T. 출신의 강타가 본보기를 보였다.

이날 강타는 슈퍼주니어 예성과 SBS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 OST인 ‘먹지’를 함께 불렀다. ‘먹지’는 강타가 작곡과 작사를 했으며 발매 당시 예성이 불렀던 노래. 두 사람의 감성 넘치는 컬래버레이션이 공연의 분위기를 더했다.

또 다른 대상 가수 보아는 ‘카모(CAMO)’ 프로젝트 무대를 선보였다. 앞서 ‘카모’의 음원과 뮤직비디오가 공개됐지만 무대를 보여준 것은 이날이 처음. 색다른 시도와 변신을 선보이고자 기획된 프로젝트답게 보아는 강렬한 카리스마로 시선을 압도했다.

2000년대 중후반, 숱한 여학생들의 마음을 흔들었던 동방신기의 유노윤호는 어느덧 군대를 제대한 진짜 남자가 되어 돌아왔다. 지날 4월 전역한 그는 신곡 ‘드롭(Drop)’을 최초 공개했다. 아쉽게도 최강창민이 군 복무 중이라 혼자서 무대를 꾸몄지만 존재감은 대단했다.

유노윤호는 “혼자 무대에 서려니 많이 떨린다”며 “창민이가 형의 느낌을 다 보여주라더라”라고 전했다. 당부대로 정말 열심히 했기 때문일까, 바지가 찢어지는 해프닝도 있었지만 “의상을 갈아입고 올 시간을 달라”며 노련하게 대처했다. 이후 ‘주문’, ‘왜’, ‘썸바디 투 러브(Somebody To Love)’ 리믹스 무대를 선사했다.

그런가하면 팬들의 마음을 짠하게 만드는 시간도 있었다. 한 때 가요계 최다 멤버수를 자랑했더 슈퍼주니어의 차례였다. 다만 이날 무대에는 네 명의 멤버만이 오를 수 있었다. 각각 보이콧과 자숙으로 활동을 중단한 성민과 강인, 군복무중인 시원, 은혁, 동해, 규현, 려욱을 제외한 신동, 이특, 예성, 희철이었다.

강타와 듀엣을 한 예성, UV와 호흡을 맞춰 ‘메리 맨(Marry Man)’, ‘이태원 프리덤’을 부른 신동, 엑소 백현과 ‘나비잠’을 열창한 희철까지. 단체가 아닌 개인으로서도 충분히 멋진 무대들이었다. 그럼에도 이들이 가장 빛난 것은 역시나 슈퍼주니어의 무대에서였다.

네 명의 인원으로도 ‘쏘리 쏘리’, ‘미인아’, ‘매직(Magic)’의 무대를 소화했다. 무대 중간 팬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는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희철은 “4명이서 서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예성은 “끝까지 지켜주는 엘프(슈퍼주니어 팬클럽), 고맙고 사랑한다”고, 이특은 “딴 데 가지 말아 달라”고 진심을 전했다.


소녀시대는 곧 있을 10주년을 미리 자축했다. 먼저 태연과 효연은 각각 솔로곡 ‘레인(Rain)’과 ‘워너비(Wannabe)’를 불렀다. 이후 완전체로서 ‘훗’, ‘파티(PARTY)’, ‘지(Gee)’, ‘라이온 하트(Lion Heart)’를 부르며 걸그룹으로서 쉽지 않았을 지난 10년의 시간을 되돌아봤다.

오는 8월로 예정된 컴백도 다시 예고했다. 태연은 “올해 소녀시대가 데뷔 10주년을 맞았다. 멤버들이 다 같이 모여서 10주년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고, 티파니는 이어 “기념일에 맞춰서 곧 찾아뵐 수 있을 것 같다. 기대 많이 부탁드린다”고 기대를 당부했다.

종현과 태민은 솔로 가수로, 키는 연기자로 활발히 개인 활동 중인 샤이니도 오랜만의 완전체 무대를 가졌다. ‘1 of 1’과 ‘누난 너무 예뻐’ 리믹스 무대를 선보인 샤이니는 이어 ‘셜록’, ‘에브리바디(Everybody)’까지 열창했다. 시원시원한 라이브와 각 맞춘 군무는 여전했다. 여름밤에 어울리는 ‘뷰(View)’ 무대로 청량함까지 더했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
레드벨벳은 이 자리에서 여름 미니앨범 ‘더 레드 서머(The Red Summer)’ 타이틀 곡 ‘빨간 맛(Red Flavor)’을 최초 공개했다. 여름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는 에너제틱한 업템포 장르의 댄스곡에 레드벨벳만의 파워풀한 안무가 더해졌다. 레드벨벳은 9일 낮 12시 음원을 공개한 후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할 계획이다.

NCT U는 ‘일곱 번째 감각’, NCT 127은 ‘무한적아’, ‘체리밤(Cherry Bomb)’을 선보였다. 멤버 중 가장 바빴던 것은 마크였다. 마크는 SM 디지털 음원 공개 채널 ‘스테이션(STATION)’ 시즌 2를 통해 엑소 시우민과 선보인 ‘영앤프리(Yong & Free)’를 최초 공개했다. 더불어 미스틱 박재정과 컬래버레이션한 ‘레모네이드 러브(Lemonade Love)’, 헨리와 함께 부른 ‘끌리는 대로’까지 소화했다. 다양한 무대를 통해 다채로운 매력을 드러내며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을 증명한 것.

마지막을 장식한 것은 SM의 과거와 미래를 잇는 현재, 엑소였다. 지난 2014년 이미 대상가수로서 SM 콘서트에 참가했던 엑소는 ‘4년 연속’이라는 타이틀을 더해 돌아왔다. ‘중독’, ‘로또(Lotto)’로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뽐낸 것은 물론, ‘나비소녀’로 서정적인 감성까지 더하며 상암을 뜨겁게 달궜다.

백미는 ‘몬스터(Monster)’ 무대 전 공개된 티저였다. 엑소는 ‘더 워 코코밥(The War KO KO BAP)’이라는 문구가 들어간 신곡 티저를 공개했다. 앞서 컴백한 NCT, 레드벨벳에 이어 여름 가요계를 강타할 ‘끝판왕’의 등장을 예고한 것. 5년 연속 대상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울 수 있을지 기대감이 모아졌다.

이날 공연 도중에 비가 오고 그치는 일이 계속됐음에도 팬들의 열기는 한 결 같이 뜨거웠다. 주최측이 미리 나눠준 우비를 입고 가지각색 야광봉을 흔들었다. 가수들은 이에 대해 완성도 높은 무대로서 화답했다. 엑소 수호가 “다 같이 하나가 되는 행복한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 대로, 세대와 성별에 상관없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

SM 측에서도 콘서트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다. 2008년 첫 투어를 시작한 이래로 누적 관객수 155만 명을 돌파한 저력이 빛났다. 95m 크기의 본무대가 포함된 총 223m 길이의 초대형 무대와 객석 바로 앞에 설치된 80m 크기의 서브 무대, 이동식 무대 등으로 관객들과 더욱 가까이서 소통했다.

엔딩곡은 늘 그랬듯이 H.O.T.의 ‘빛’이었다. 1998년에 발매된 이 노래를 원곡가수인 강타와 1999년생 마크가 함께 부르며 K팝의 과거부터 현재까지를 모두 아울렀다.

한편 ‘SM타운 라이브 월드투어 6’는 서울을 시작으로 오는 15~16일 일본 오사카 쿄세라돔, 27~28일 도쿄 도쿄돔 등 세계 주요 도시에서 투어를 이어갈 예정이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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