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방문·G20 정상회의 결산] 文대통령, 정상외교 복원했지만...사드·위안부 불씨는 그대로

■숙제 남긴 文 다자무대 데뷔
베를린 구상으로 북핵 주도권 확인
소득주도성장론 공감대 형성 불구
한·미·일 vs 중·러 신냉전 우려



문재인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독일 함부르크의 하이엇호텔에서 양자 정상회담을 마친 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2018 평창동계올림픽 마스코트인 ‘수호랑’과 ‘반다비’ 인형을 선물하고 있다. 각국의 유권자혁명을 통해 최근 당선된 두 정상은 이번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가장 큰 인기를 끌며 각국 정상과 언론의 관심을 독차지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까지 취임 후 국제 무대 데뷔전을 끝마쳤다. 박근혜 정부에서 무너진 정상외교를 복원하고 문 대통령의 ‘한반도 신(新)경제지도’ 구상 등 북핵 해법과 ‘소득주도성장론’ 등 경제철학에 대한 공감대를 불러일으킨 점은 큰 성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럼에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나 위안부 합의 등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들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우선 문 대통령은 ‘베를린 구상’과 G20 리트리트 세션을 통해 국제사회로부터 대북 문제에 대한 한국의 주도권을 재차 확인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성공한 북한에 맞서 제재와 압박의 수위를 높여달라는 문 대통령의 요청에 대다수 정상이 호응을 했고 그럼에도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놓겠다는 문 대통령의 원칙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동의를 다시금 확인했다.


단 문 대통령의 구상이 선언에서 그치지 않고 실현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특히 문 대통령이 한미일 동맹을 강화하며 사실상 미국의 동아시아 권역 내 영향력을 인정하면서 중국과 러시아의 높아진 불만과 의구심을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G20 회의의 성격상 북한 문제를 공동성명서에 담는 것은 관례에 어긋난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그럼에도 중국과 러시아가 문 대통령의 간곡한 요청에도 북한을 규탄하는 성명서 채택에 반대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한국과 일본, 옛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과 러시아가 신(新)냉전구도를 형성할 수 있다며 문 대통령의 외교 행보를 더욱 철저히 다듬어야 한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특히 중국과 미국산 무기인 사드 배치를 놓고 벌이는 갈등은 여전히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우려가 제기된다. 문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동을 통해 중국의 ‘금한령’ 등 경제보복 조치를 풀어달라고 요청했다. 시 주석도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 국민들의 우려가 깊다”면서도 양국 경협을 늘려가자고 밝혔지만 원론적인 수준의 답변에 그쳤다는 평가가 많다. 중국에 대한 추가적인 설득 작업이 없다면 한중 관계가 부지불식간에 악화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또 문 대통령이 지속해서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지만 북한이 이를 거절하는 것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9일 “사대굴종과 동족 대결로 얼룩진 매국 행각”이라며 문 대통령의 대미 외교를 평가절하했다. 남북 경협을 통해 경제통일과 나아가 체제통일로 이어가겠다는 문 대통령의 구상이 힘을 받기 위해서는 북한이 대화 채널 복원에 공감대를 표해야 하지만 계속해서 북한은 이를 거절하고 있다. 북한이 계속해서 문 대통령의 구상에도 불구하고 민간인 교류 등을 거절하는 방침을 고수한다면 문 대통령의 대북 정책은 국내외적으로 힘을 받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과의 위안부 합의를 둘러싼 한일 간 갈등도 풀어야 할 과제다. 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위안부 문제와는 별도로 양국의 협력을 증대해나가자는 ‘정경분리’ 원칙에 합의했지만 한일 관계라는 역사적인 특수성을 고려한다면 이 역시 ‘공수표’에 그칠 수도 있다.

/함부르크=민병권기자 박형윤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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